여기서 놓자.

 
원래 그렇게 자주 만나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우연한 만남이 오랜 인연으로 이어지는 좋은 관계였다고 생각한다. 혼자서는 유지하기 힘든 취미생활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친해진 것도 있고, 그러한 기간이 길기도 했고. 그덕에 오랜시간이 즐거웠고.

같이 공유하던 취미를 바쁜 일과에 미루던 게 하루 이틀. 어느새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취미도 사람과도. 그래도 종종 만나 영화를 보거나 맛있는 걸 먹거나. 시간이 많다고 자주 보진 않겠지만 그렇게 가끔 만나면 즐겁고, 오래 안 만나면 보고 싶다 생각했다. 물론, 오랫동안 못봤으니 봐야겠다는 의무감도 있었겠고... 하지만 상대가 너무 바빠 못 만난지 반년이 되어간다. 그 전에도 바빠서 힘들게 가끔 몇 번 만난 거 밖에 없는데.

그런데, 우연히 그 사람의 블로그를 알게 됐다. 원래 내가 알던 곳과 다른 곳. 비밀이었을리는 없고, 찾아가기도 쉽게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공간이 있었다는 것, 그 곳에서 다른 사람들과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바빠서 못 만나는 그 사이에 스트레스 쌓일 때, 힘들 때 만나던 사람이 있고 바빠도 그들과는 계속 연결이 되어 있다는 것. 물론, 그쪽도, 나도 서로에게 힘들때 연락하고 힘이되는 그런 사이는 아니다. 하지만, 나름대로 긴 시간 내가 연락하지 않고서는 만난 적이 없다는 것을, 그동안 바쁜 기간 내내 가끔 생각나면 연락하고, 바쁜 거 지나가면 한 번 보자란 말만 주고 받았다는 걸 깨닫는다.

그냥 그만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무슨 연애를 하는 사이도 아니고, 내가 짝사랑을 하는 것도 아닌데.. 매번 사람과의 관계에서 이런 느낌이 드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그쪽이 나를 싫어하거나, 만나기 싫어서 따돌리거나 이런 건 아닐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사람이 필요할 때 내가 생각나거나 보고 싶거나 하지 않았다면, 더 이상의 만남이 내 쪽의 희망으로만 이루어지는 거라면 여기서 놓는 게 맞는 거겠지. 사람과의 끈을 놓는 건 언제나 너무 힘들다. 나는 분명 메신저에 눈에 띄면 또 말걸지 않고는 못 견디겠지. 그러니 이제 손을 놓으려면, 대화상대에서도 삭제를 해야겠다.

나는 인간관계의 자연소멸을 믿는다. 마음이 떠나면 그냥, 어쩔 수 없는 거다. 그리고 마음이 떠난다는 건 어떠한 계기도 없을 수도 있다.

by 191970 | 2009/07/03 18:55 | - 임금님귀는 당나귀귀 | 트랙백 | 덧글(0) 

남동생

 
남동생이 요즘 헤어 디자이너, 실장님과 사귄다. 그랬더니 오늘은 여자친구가 머리 잘라준다고 오랬다네? 좋구나. 나도 그런 전문인과 만나고 싶다.

by 191970 | 2009/07/03 11:33 | - 그냥하는얘기 | 트랙백 | 덧글(0)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러시아 내셔날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2009/06/30 20:00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휘: 미하일 플레트네프 Mikhail Pletnev /Conductor
협연: 김원 Won Kim/ Pianist

1막
림스키 코르사코프 오페라 ‘눈의 아가씨’ 모음곡 ‘Snow Maiden’
서주 Introduction
새들의 춤 Dance of the Birds
행렬 Cortege
광대의 춤 Dance of the Clowns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Piano Concerto No.3

2막
차이코프스키 6번 교향곡 ‘비창’ Symphony No.6 ‘Pathetique’


돈 없어서 3층 B석 5만원을 10% 할인 받고 갔는데... 사실, 가면서 걱정 많이했다. 내가 3층에 가 본 경험이라곤 LG 3층 1열에서 에비타를 본 게 전부라서. 다신 3층 안 오리라 생각했었는데. 그런데 생각보다 좋았다. 세상에. 3층 사이드라서 오히려 중앙만큼 멀지 않았고, 지휘자의 지휘에 따라 딱딱 맞아 가는 움직임은 눈이 어지러울 정도였다. 가만 있어도 오케스트라 전반이 시야에 다 들어와서 지휘자에 집중하고 있어도 나도 모르게 시선 돌아가고... 재밌었다. 다음에도 3층 가볼까봐. 가까이서, 그리고 지휘자와 마주보고 있는 합창석도 좀 부럽긴 했지만.

그리고 난 왜이리 타악기 연주자들 보면 웃음이 나는지 모르겠어. 마냥 흐뭇한 미소. 멍때리고 앉아 있다가(물론, 그렇지 않다는 거 안다.) 자기 차례 되어가면 벌떡 일어나 조심조심 준비하고 한번 정성들여 챙! 하고 앉는 심벌즈 아저씨 특히. 그냥 타 악기 연주하시는 분들 기다리고 있다 잠깐 연주하고 다시 앉아 기다리시는 모습 보면 너무 귀엽고, 흐뭇하다는 거지.

시간도 그렇고, 돈도 그렇고 갈등 많이 하다 간 건데 가길 잘했다. 정말 좋았다. 역시 실황!

by 191970 | 2009/07/01 09:40 | - 공연즐기다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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