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바람의 나라

 

국회방송에서 방송해준 영상을 이제야 봤다.
정말 멋지다. 멋지다란 말밖에 할 수 없다.

바람의 나라는 불의 검과 더불어 중-고등학교 때 가장 만화를 좋아하던 시절, 가장 좋아하던 만화다. 물론 가장 좋아하는 만화가 여러 편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 시절에 이미 완결 난 만화도 아니고 연재를 동시에 읽으며 무어랄까 그 시기를 제일 떠올리게 하는 느낌일까?

김진 님의 만화는 이 외에도 여러 편 봤는데 그 중 바람의 나라가 가장 좋았고, 또 그 중에서도 1권이 가장 좋았다. 1권 마지막에서 연이 죽는 장면에서는 정말 울고 싶었다.

그 뒤로도 내용도 내용이지만 중요한 몇몇 장면에서는 정말 감동받았다. 그래서, 뮤지컬 영상을 보며 그런 대사가 나올 때마다 소름이 좍좍 돋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더라. 가슴도 두근두근하고.

특히 해명태자와 새타니 장면 너무 좋다. "나는 죽어 아우의 머리에 얹히리라" 이 부분은 정말 감동이고.(너무 좋아하는 대사이긴 한데 뒤에서 "얹히리라"가 너무 여러번 반복되는 느낌도 있다.) 새타니가 2인 1역으로 겹쳐서 나오는 연출도 참 좋았다. 해명과 새타니의 마지막 밤, 죽기 위해 떠나는 해명도 참 절절하다.

노래 - 저승새의 신부
(혜압)
그대 이생 떠나는 허망한 걸음
저승새의 날개가 펼쳐지네
우리의 사랑 이 밤 지나면
꿈길같은 죽음 뿐이네.

(해명)
우리의 사랑 이밤 지나면 꿈길같은 죽음뿐이네
이젠 가야해 허무한 삶이여
저승길의 꽃들이 피어나네
이생의 나의 마지막 밤을 네게 안겨 보낸다.

(혜압)
저승새의 신부로 살아가리
저승새의 눈물을 닦아주리

(함께)
우리의 사랑의 꿈길을 잊지 못하리
저승에서 영원히 간직할테니
내 사랑 손에 쥘 수도 놓을 수도 없어라
마음 깊이 피어도 시들어도 슬퍼
나는 눈 감고 있으려오 그대 눈 앞에
세상이 눈물뿐이니

(해명)
한나라의 여인을 쫓아버려 소박맞은 우리 어머니
궁깊은 곳에서 수를 놓으신다
꽃질새라 꽃질새라
한없이 수만 놓으셨지
입어주실 분은 돌아오시지도 않는데
나는 네게 그리하지는 않으리라

(혜압)
저는 언제나 춥답니다. 태자님.
당신의 커다란 날개로 덮어주시면 잠이 잘 올 거 같습니다.

저승새의 신부로 살아가리
저승새의 눈물을 닦아주리

(함께)
우리의 사랑의 꿈길을 잊지 못하리
저승에서 영원히 간직할테니
내 사랑 손에 쥘 수도 놓을 수도 없어라
마음 깊이 피어도 시들어도 슬퍼
나는 눈 감고 있으려오 그대 눈 앞에
세상이 눈물뿐이니


이제 죽으러 가야할 시간입니다.
내가 우리 부자의 연을 하늘의 업인냥 생각하다가도
왜 나를 그리도 미워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내 님은 제나라 제아비의 땅에서 제아비의 명 받들어 스스로 피 뿌리고.
누굴 위해 그 꽃같은 목숨을 그리도 하찮게 버렸단 말인가. 누굴 위해!



그리고 가희와 괴유 장면도. 괴유가 가희와 대화하고, 해명을 만나는 부분 등 과거와 교차되는 장면 정말 좋았다. 가희 대사와 노래도 너무 절절하고 그럼에도 괴유 대사 정말 감동적이고.

(괴유) 하늘의 꽃인 네가 알까 내 삶의 이유. 통곡하지만 놓지 못하는 그것.
내 심장의 저 깊은 곳 피어오르는 피냄새

(가희) 가지 말아요. 눈감고 듣지 말아요. 함께 숨어 저 세월이 가는 걸 봐요.
그러면 삶의 그 모든 것이 하찮아질 테니
난 당신 위해 해마다 다시 피는 목숨.
나와 같이 머무르면 영원한 젊음과 생명, 나를 얻으면 생사를 초월하리

내가 사랑하는 희고 아름다운 사람 여기 머물러줘요.
시간이 멈춘 적막한 이 계곡 당신과 나의 보금자리에

하나님 이이는 하늘꽃 가희가 마음과 몸 받쳐 사랑하는 이
천년의 또 천년 죽지 않는 천녀가 슬프게 사랑한 사람
그리 죽게 마셔요. 제발 살려주세요.
이이 없는 세상 나 홀로 천년을 어이 더 살아

죽으러 가는 자리 죽고 마는 자리
죽음을 택한다면 나도 함께 데려가 줘요

(괴유) 내겐 두 개의 운명이 있어, 죽음의 길과 영생의 길.
너를 따라가면 영생의 삶, 그를 따라가면 죽음이 기다린다는 것.
어느 것을 버리면 후회할까, 버리고 살면 천년 얼마나 후회할까.

(가희) 당신이 간 천년이 얼마나 외로울까, 죽지 않는 내 시간이 얼마나 힘이 들까

(괴유) 인간의 몸을 가졌으나 여전히 하늘에 속한 천녀야
사람 아닌 네가 어찌 알까 인간의 희망, 의리와 신념을.
살아서 힘든 나를 봐라.

(가희)살아있는 당신과 같이한다면
(괴유)죽어서 사는 천년 얼마나 두려울까
(가희)죽지 않고 사는 천년 얼마나 두려울까


특히 좋아히는 대사로 세류의 대사도 있다. 내 아기 무휼. 너를 위해 내 무얼 해야할까.

내 어린 동생 무휼이 칼을 안고 전쟁을 하러 간다.
밖이 보이지도 않는 커다란 투구를 쓰고
무휼아, 그 예쁜 뺨에 눈물 흘리는 것 보고 싶지 않아
그 작고 하얀 몸에 피 흐르게 하는 거 보고 싶지 않아

이렇게 어린 너를 전쟁터에 보내 우리가 무엇을 얻을까.
이렇게 작은 너를 전쟁터에 보내 우리가 무엇을 구걸할까.

내가 너 대신 싸워줄까. 내가 너 대신 피 흐르는 그 칼을 잡아줄까
운명을 짊어진 너의 그 작은 어깨가 안쓰러워 이 누나의 심장이 찢긴다.
내 작은 동생 무휼아 너를 지키도록 네 곁에 나를 두어라.
나 세류가 평생을 두고 너의 곁을 지킬 것이다.


그리고 무휼이 전쟁을 하게 되는, 그가 닮고 싶지 않았던 아버지를 닮으며 호동을 버리고서라도 얻고자 했던 것을 말해주는 장면. 어린 무휼의 다짐.

고구려 태자 해명이 제 애비에 손에 죽어 한숨 돌렸더니
주몽의 땅에 주몽을 닮은 놈이 한 놈 더 나왔구나.
앞날이 피곤하다 저놈도 죽여라

마마 저 연빈은 한의 치졸한 계략에 빠져 그만 목을 잃고 말았습니다.
제가 목을 잃었기에 기고만장한 놈들이 멋대로 우리 왕을 멸시하여 더러운 호칭으로 부르니
제가 통탄하여 무덤에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용서하소서. 무휼 왕자님. 당신의 사부가 그렇게 비참하게 개죽음을 당했습니다.
이제 누가 저 오만한 한나라를 응징하여 우리 고구려가 당한 수치를 지워 없애 줄 것입니까?
피흘리는 저의 몸통 위로 머리를 돌려주고 흘려도 흘려도 멈추지 않는 저의 눈물을 멈추게 해줄 것입니까! 마마! 대체 누가!

내가 네 머리를 돌려주지.
기다려라 저 난하를 건너 한을 치고 네 머리를 찾고 그 땅에 고구려의 깃발을 꽂을 것이다.

어떤 댓가를 치뤄도 좋아. 어떤 방법을 다 써도 좋아
평생을 걸고라도 싸울거야
더는 약하기 때문에 잃고 살지 않겠다.
내 땅에 사는 내 사람들.
난 그들이 우는 건 결코 용서할 수 없다.


극을 보는 내내 계속 만화의 캐릭터가 겹쳐 떠올랐다.

이게 원작의 힘인지, 아니면 무대의 힘인지. 사실 무대를 직접 보는 것도 아니고 작은 사이즈 영상으로 보는 것이니 당연히 무대의 힘이 그대로 전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무대는 아무래도 직접 봐야 하는 법인데, 그런데도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을 잃지 않고 너무 흥미진진하게, 감동적으로 봤다. (처음이다. 실황 동영상이 돌더라도 봤기 때문에 좋아하는 무대이거나, 좋아하는 배우 이외에는 거의 보지 못한다.)

원작과 무대 둘 모두의 힘이라고 믿고 싶다. 연출 이지나 씨 정말 멋지다. 아, 진짜로 무대로 보고 싶어진다. 정말 왜 놓쳤을까, 몰랐던 것도 아니고, 망설이다 못 간 거라 더 아쉽기만 하다. 주말이 한 번만 더 있었어도. 혹은 내가 월차나 조퇴가 가능하기만 했어도.

다시 무대가 올라왔으면 좋겠다. 정말로. 내년 겨울이라는 소리가 있던데 만 1년을 넘게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 최소한 정식 OST라도 내주면 얼마나 좋았을까. 영상 음향만 따로 따서 듣고 다녀야할까 보다.

갑자기 호동 역을 한 조정석 씨에 대한 관심도 무럭무럭 생긴다. 조정석 헤드윅도 봐야 하는 건가. 연을 연기한 유나영 씨는 그리스 때보다 훨씬 좋다. 그런데 전반적으로 너무 남자의상에만 신경 쓴 게 아닌가 싶다. 여자들도 좀 신경 써주지. 물론 남자 의상 잘 빼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다.

김산호 무휼 영상을 봤는데, 김산호 무휼도 멋지지만 고영빈 무휼 보고 싶다. 최근 그리스 2003 OST를 들으며 고영빈씨 목소리에 새삼 반하고 있는 중인데. 그래, 그래도 클로저 댄 에버가 곧이다. 그거나 기대하자.

-

다시 생각해봤는데, 뮤지컬 바람의 나라를 놓친 건 때와 시간이 안맞은 덕도 있지만 내가 이렇게나 바람의 나라를 좋아하는지 스스로도 몰랐기 때문인 거 같다. 알았다면 어떻게서든 갔겠지. 정 안되면 다른 공연 취소하는 방법도 있었을테고.
아마도, 바람의 나라 뮤지컬 후기를 찾아다니며 읽고, 듣지 않았다면 아직도 잘 몰랐을 거다. 이렇게 몇몇 대사 읽고 듣는 거로 눈시울이 붉어지고 가슴이 먹먹해지는 줄은. 내가 이렇게나 바람의 나라를 좋아했었고, 그 감정이 이렇게나 남아있는 지 정말 몰랐다.

-

근데 혹시 이 뮤지컬 보신 분들. 청룡은 어느 부분에서 나오는 건가요? 왜 전 못봤죠? 회사에서 보는 거라 드문 드문 영상 내리고 음향만 듣기는 했지만. 대체 청룡은 어디에서 나는 건가요? 혹시 국회방송 분에서는 잘렸나요?

by 191970 | 2006/09/20 13:54 | - 공연즐기다 | 트랙백 | 핑백(1) | 덧글(10) 

트랙백 주소 : http://c191970.egloos.com/tb/1416975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Linked at #191970 - Midnig.. at 2007/07/05 10:56

... 던 아이를 버릴 수밖에 없었지. 무거운 걸음걸음. 어깨를 펴세요. 나의 왕. 이제 25일, 마지막 공연이다. 2007/05/10 뮤지컬 바람의 나라 뮤지컬 바람의 나라 2006년 공연 국회방송 [OST] 무휼과 호동의 테마 ... more

Commented by 바람의빛 at 2006/09/20 15:39
산호 무휼도 잘 했지만 영빈 무휼이 지대로지요..^^
영빈 무휼을 보다가 산호 무휼을 보면 좀 밋밋한 느낌도 있습니다..
여튼 내년에 꼭 초연 캐스팅 그대로 앵콜이 올라오기를 기대합니다.
Commented by 191970 at 2006/09/20 15:54
바람의빛님 / 김산호 무휼이던, 고영빈 무휼이던 무대를 보고 싶어요.ㅠㅠ 그래 기다려도 좋으니 이 멤버로 다시 올라와주면 좋겠어요.
Commented by 아테 at 2006/09/20 17:29
제 후기에도 청룡얘기가 있습니다. 잘 보이지 않아서 놓치기 십상이라고요^^;;
자꾸 뒤에서 뭐가 움직이는 것 같아서 잘 살펴보니 청룡이 공중에 매달려서 공중제비를 휙휙 넘더군요. 과연 체조선수를 데려올만했어요. 그곳에서 백호 두마리도 덤블링을 하고 있었구요. 혹시 궁금하시면 제가 저번에 올린 바람의 나라 포스팅을 읽어봐주세요^^ 잘 안보일까 싶어서 화살표로 표시도 해놨습니다^^
하여튼 무대와 원작만화의 괴리가 별로 없었어요. 이만큼이나 만드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닌데 말이죠. 그것만으로도 만족해요. 만화의 인상적인 대사들을 배우의 입을 빌려 들으니 참 남다르더군요.
Commented by 191970 at 2006/09/20 17:32
아테님 / 하하하;; 예전에 그 포스팅 보고 덧글도 달았는데 기억을 못했네요-_- 아무래도 그 부분 봤지만 사신은 못 본 거 같군요. 청룡이 덤블링이 보고 싶어 그렇게 기다렸는데! 나왔는데 못 본 거였다니.

보면 볼수록 아쉬운 무대에요-_-; 이렇게까지 안타까워하게 될 줄 정말 몰랐는데. 이게 바로 무대의 매력인가봐요. 놓치면 끝장.ㅠㅠ
Commented by -뽀- at 2006/09/20 20:45
내년 겨울이라! 듣고보니 더 보고 싶어지네요. 다음에는 꼭 봐야겠습니다.
Commented by 191970 at 2006/09/21 08:47
네! 우리 꼭 봐요ㅠㅠ
Commented by 지나가는 at 2006/09/23 01:49
채널아트에서 전공연 방영했었어요.(2번이나, 저도 끝가지 못봐서 아쉬움이...) 김법래,고영빈(몸매가 예술입니다)공연으로. 사이트에서 구입문의하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저도 무대에서 꼭 보고 싶습니다. 의상도 홍미화씨가 했으니 그 아름답고 비싼 옷들 다시 쓰기를 기원합시다.
김법래씨 보니까 뮤지컬 '이' 꼭 보고 싶어지더군요. '클로져 댄 에버'도....
Commented by 191970 at 2006/09/23 09:36
지나가는님 / 네. 김법래, 고영빈 캐스팅으로 채널아트 방송소식은 들었어요. 하지만 어차피 볼 수 있는 여건이 안되서. 어차피 어딘가 돌아야지나 볼 수 있을 거 같거든요. 음 그리고 저는 뮤지컬 이와 클로저 댄 에버 둘다 이미 예매해놔서. :)
Commented by zhenya at 2006/09/26 12:29
음...채널 아트가 확실히 카메라 워크는 엄청 잘 잡았더라구요.
보면서 진짜 줄줄 울었습니다.

국회방송은...진짜..카메라의 난..
SBS는 편집의 난...
이랬습니다.
Commented by 191970 at 2006/09/26 13:19
ㅠㅠ 저도 채널 아트 영상 보고 싶어요. 카메라 워크도 그렇지만 고영빈 무휼 보고 싶어요.ㅠㅠ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