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 리쿠, 삼월의 붉은 구렁을

 
삼월은 붉은 구렁을

원제 三月は深き紅の淵を (1997)
온다 리쿠 (지은이), 권영주 (옮긴이) | 북폴리오

출간일 : 2006-03-25 | ISBN : 8937831236
반양장본 | 400쪽 | 197*139mm


솔직히 잘 쓴 소설은 아니다. 거칠고, 울퉁불퉁하며, 가끔 화도 난다.
하지만, 특이한 아이디어와 일본소설 특유의 끈적끈적한 수렁 속 같은 느낌은 제대로다.

이 책 『삼월은 붉은 구렁을』은 각각 연관관계 없는 네 가지 이야기로 구성된다. 네 가지 이야기의 공통점은 책 속의 책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 언급된다는 것뿐이다.

이 책 안에 존재하는 책 <<삼월은 붉은 구렁을>>은 마찬가지로 네 가지 이야기로 구성되며 각각의 이야기는 역시 독립적이다. 이 책은 익명의 작가가 개인출판을 해서 200부를 만들어 지인들에게 나누어줬으며 나중에 다시 회수를 해서 80부 정도만이 돌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을 받은 사람들에겐 조건이 주어졌다. 다른 이에게 주지 말 것, 빌려줄 수는 있으나 빌려줄 때는 단 하룻밤뿐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 '기다리는 사람들'은 대기업 사원인 사메시마 고이치가 회장과 그 손님들에게 초대되어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 책이 어디 있을까 추리해가는 삼일 동안의 이야기다. 책 안의 책인 <<삼월은 붉은 구렁을>>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회장과 그 손님들인 책을 좋아하는 4명의 노인의 책에 대한 대화와 사메시마의 추리. 그리고 결말. 가장 이야기다운 이야기다.

두 번째 '이즈모야상곡'에서는 편집자인 주인공이 입에서 입으로만 전해지는 전설의 책 <<삼월은 붉은 구렁을>>의 작가를 찾아가는 내용이다. 하룻밤 동안 기차여행을 하며 동행에게 설명하는 어떻게 작가를 찾아냈는지 추리해낸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고 이즈모에 도착해서 마지막 결말 또한 재밌다.

세 번째 '무지개와 구름과 새와'는 어느 이복 자매의 이야기. 가장 끈적끈적한 정서가 담겨 있다. 독자를 깜짝 놀라게 하는 반전 같은 건 아니나, 아 그렇구나, 그렇게 된 거겠지라고 하나하나 이해하며 그 끈적끈적한 정서, 구렁 안으로 끌려들어 가게 된다.
이 이야기에서는 <<삼월은 붉은 구렁을>>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생각했다. 다 읽고서도 마찬가지로. 하지만, 나중에 역자의 이야기를 보고 이렇게 돼서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란 소설을 쓰게 된다로 연결될 수 있다는 건 알게 되었는데 왜 그렇게 추측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그에 대한 암시를 무언가 놓쳤는가?

네 번째 '회전목마'는 가장 직접적으로 '『삼월은 붉은 구렁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나머지 이야기들과 가장 동떨어져 있고, 가장 엉터리 같은 이야기다. 이걸 하나의 소설로 말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삼월은 붉은 구렁을』을 쓰고 있는 작가인 나와 그녀, 그리고 삼월은 학원 이야기가 어떠한 연간관계 없이 번갈아 나열된다. 하지만, 그 안의 삼월은 학원이야기는 가장 <<삼월은 붉은 구렁을>> 이란 제목을 구체적으로 언급한다.

잘 쓴 글이라고는 할 수 없고, 어딘가 뚫린 구멍이 너무 많지만, 특히 '회전목마'는 이해할 수도 없지만 그럼에도 푹 빠져 순식간에 읽게 되는 책이었다.

첫 번째 이야기는 그 회장과 손님들은 안락의자 탐정인 거 마냥 앉아서 사건을 이야기하고 결말을 맺는다. 그 이야기와 편집자 둘이 나와서 이야기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나누는 두 번째의 앞 부분은 정서상 매우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또 두 번째 이야기에서 마지막에 <<삼월은 붉은 구렁을>>을 쓰게 된 동기를 얘기할 때 느껴지는 정서와 세 번째 이야기로의 연결도 자연스럽다. 각각의 단편들은 직접 연결되지 않지만 정서상의 기승전결을 만들어 낸다. 이 때문에라도 천천히 읽는 사람들이 아닌 책을 빠르게 읽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특히 좋아할 만한 소설이다. 또 이 안에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열광할 수 있는 대화들이 많다.

작가의 다른 소설이 읽고 싶다. 특히 앞으로 출판 예정인 책 안의 책인 <<삼월은 붉은 구렁을>>에서 시작된 다른 이야기들, 『흑(黑)과 다(茶)의 환상』,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황혼의 백합의 뼈』가 기대된다.



+ 예전에 썼던 글로 알라딘의 땡스투블로거 테스트 중입니다.

by 191970 | 2006/10/19 18:17 | - 책을읽다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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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corwin at 2007/02/03 10:47
어제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습니다. 정말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할 줄 아는 작가더군요. 퇴소(?)하고 처음 본 소설이며, 올해 처음 보는 소설인데 시작이 좋은 것 같아서 기분 좋아욤. 다른 사람 어떻게 봤나(서점에서 돌아다니다가 제목에 이끌려서 샀는데) 들어갔다가 익숙한 아이디 발견하고 웃었음. ^^.
Commented by 191970 at 2007/02/03 11:14
corwin님 / 오랜만이시네요. :) 저는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도 읽었는데 얘도 괜찮더라고요. 현재 온다 리쿠 책을 3권 읽은 상태인데.. 조금 식상해지는 것도 있어요. 삼월은이 제일 좋더라고요. :)
그리고 알라딘엔 찾으면 제 글 많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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