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연극 네크로슈스의 맥베드

 


맥베드
(왼쪽 사진은 네크로슈스)

11.4(Sat) 6:00pm & 11.5(Sun) 3:00pm
(총 3시간 50분 인터미션 2번포함)

연출 : 에이문타스 네크로슈스 (Eimuntas Nekrosius)
장소 : LG아트센터
출연 : 리투아니아, 메노 포르타스(Meno Fortas) 극단
기타 : 리투아니아어로 공연, 한글 자막 제공


저에게 이 극은 텍스트로 분석하는 것이 의미 없는 이미지로 와 닿았습니다. 극은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였지만 굳이 그 텍스트에 연연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많은 것을 시각화하더군요.

솔직히 공연시간에 대한 부담을 좀 가지고 들어갔는데 처음 막이 내려지며 1막이 끝났다는 것을 알려줄 때 너무 빠르게 지나간 느낌에 깜짝 놀랐습니다. 이 속도감은 2막에서도 마찬가지로 느꼈는데 단지 3막에 가서는 체력의 한계인지 집중력이 끊기는 걸 느꼈습니다.

사실 공연 보는 내내 열심히 보지 않으면 얘기하고자 하는 것을 아무것도 듣지 못한 채 돌아가게 되지 않을까라는 위기감이 있었습니다. 대사로 이야기 전달을 하지 않으니 보이는 것에 집중할 수밖에요.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전체가 흑백으로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짙은 무채색으로 진행되는데 사실 흑백이란 건 그만큼 빛과 그림자를 두드러져 보이게 해줍니다. 공연 내내 빛의 사용에 계속 감동 받았습니다. 색상은 중간 중간 마녀의 두건, 장갑 등이 붉은색으로 나오는 것 정도입니다. 전체가 짙은 모노톤이라서 그 붉은색은 더 눈에 띕니다.

무대 자체가 하나의 프레임으로 보이고 그 사선을 가로지르는 빛, 가로를 횡단하는 빛, 바닥을 비추며 시야를 밑으로 압축시키는 것 등 하나, 하나 인상적인 흑백 사진을 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실 내용은 맥베스가 저지르는 살인들이 제대로 보여 주지 않아서 그로 인한 죄책감, 두려움 등이 크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맥베스와 맥베스 부인 사이에 존재하는 공범 이상의 무언가가 굉장히 인상깊었습니다.



위 사진과 같은 장면으로 부부가 서로의 눈을 가리고, 입을 가리고 한 몸인 듯 움직이는 부분입니다. 이 장면에서 그들은 샴쌍둥이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세 마녀. 네크로슈스의 극의 마녀들은 천치 같은 이미지입니다. 순수하고 세속에 대해 잘 모르는 아이, 그렇기에 잔인한 것을 잔인하다고 인식 못 하는 벌레를 찢어버리는 아이입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주어진 벌레는 바로 멕베스와 레이디 멕베스인 거죠. 그들이 깔깔대며 뛰어다니고 멕베스를 놀릴 때는 그 기괴함에 쓴웃음이 나왔습니다.


죽은 왕과 벵코우의 유령에서도 비슷하게 느껴진 부분입니다. 맥베스의 만찬에서 죽은 유령이 등에 도끼를 꽂은 채 어슬렁거립니다. 웃기는 장면처럼 보이지만 웃기지 않아요. 이제는 유령이 공포감을 가장하는 게 오히려 더 공감하기 어렵죠. 아무렇지 않은 듯이 유령은 자신을 죽인 자를 보며 실실 웃습니다.




셰익스피어의 비극의 이미지는 많이 퇴색됐지만 전 그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여기에 맥베스가 독백하는 동안 허공에서 쏟아지는 돌덩이, 날리는 먼지. 물에 들어가 소리를 내며 식는 돌.

그리고 마지막의 맥베스의 죽음.



극전체를 하나의 이야기로 기억하기보단 인상적인 장면들이 사진처럼 뇌리에 남아있습니다. 허공에서 바닥을 쏟아진 돌덩이들의 소리와 함께요.

굉장히 인상적인 경험이었습니다만, 제가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받아들인 것을 표현하지 못하는 지식의 한계에 안타까움이 느껴지네요. 제가 느낀 것을 말로 표현해내질 못하겠어요.

by 191970 | 2006/11/07 09:54 | - 공연즐기다 | 트랙백(1) | 핑백(2)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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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Red Shadow at 2006/11/07 11:28

제목 : 리투아니아, 네크로슈스의 맥베스
공연일시: 2006년 11월 4일(토)~11월 5일(일) 공연장소: LG 아트센터 연출: 에이문타스 네크로슈스 (Eimuntas Nekrosius) 출연: 리투아니아, 메노 포르타스(Meno Fortas) 극단 http://www.menofortas.lt/ - CAST - 마녀들: Viktorija Kuodyte, Margarita Ziemelyte,Gabrielia Kuodyte 맥베스: Kostas Sm......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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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그나마 주말이네요. 네크로슈스는 꼭 보고 싶어요. 연극 패키지는 꼭 하고. 음, 댄스도 몇 개 보고 싶기도 해요. 자유 패키지를 할까. 이건 좀 고민해봐야겠어요. [감상] 네크로슈스의 맥베스 2008 LG아트센터 기획공연 2007 LG기획공연 패키지 구성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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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빨간그림자 at 2006/11/07 11:04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링크 집어갑니다. :)
Commented by 191970 at 2006/11/07 12:44
빨간그림자님 / 흑흑 그런 말씀 마세요. 정말로 한계가 느껴지네요-_- 이래서 사람은 공부를 해야하는구나 싶기도 하고.
Commented by 빨간그림자 at 2006/11/07 14:26
으음? 빛과 그림자의 느낌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참 좋았는걸요.
샴 쌍둥이 이야기도 그렇고요.
열린 감각으로 흡수하신 것 같아서 덕분에 놓친 부분들을 다시 짚어보게 되네요.
Commented by 퍼프 at 2006/11/07 15:42
저도 잘 읽고 갑니다. 빨간그림자님 글에서 타고 왔어요. :)
Commented by 191970 at 2006/11/07 18:31
빨간그림자님 / 그렇게 얘기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퍼프님 /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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