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뮤지컬 에비타

 
2006/12/03 15:00 LG아트센터
배해선, 송영창, 남경주


처음으로 가본 LG아트센터 3층. 1층에서 벗어나 본 게 처음이다. 그리고 3층에 대한 인상이 뮤지컬에 대한 인상보다 더 남았다. 사실 에비타라는 무대를 그리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호기심을 참지 못한 건데, 앞으로는 호기심은 좀 참는 게 나을지도. 뭐 나쁘진 않았다.

무대가 전반적으로 허전하다는 말을 많이 듣던데 멀리 위에서 내려다보기엔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평상시라면 열연하는 배우에 매우 집중하며 극을 봤을텐데 이렇게 거리가 멀어지면 정말 마음도 멀어져서 훨씬 냉정한 기분으로 보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보기에는 지루한 극이었고.

1막은 에비타가 시골에서 올라와 무명의 배우를 거쳐(언제?) 남자들을 꼬시다 페론을 만나고 페론을 위해 민중을 선동하며 끝난다. 여기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나를 위해 울지마요, 아르헨티나 곡도 괜찮았고. 선동장면은 잘 만들었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이런 장면이 가장 클라이맥스를 만들어 주는 법이니까. 알 수 없이 가슴 시큰해지기도 하고.

2막은 훨씬 힘들었다. 페론이 대통령이 되고 에바가 퍼스트 레이디로 소개되며 시작하는데, 레인보우 순방이라는 외국 순례를 돌고, 귀족들의 반대에 싸우고, 하지만 그들에게 돈을 기부하게 해 가난한 자들을 돕고 성녀로 불리고 하지만 제대로 된 건 없고 어쩌구. LG아트센터가 어찌나 뜨끈뜨끈하던지 몸이 노곤하게 파묻히는 줄 알았다. 좀 지루하더라. 다른 분들 후기 보니 앞쪽에서 보면 2막의 배해선 에비타 연기가 나름 괜찮았던 것도 같은데 극이 너무 평면적이다. 노래도 와닿는 게 없고, 앙상블이 확 들어오는 장면도 없고. 아 탱고 댄서 두 분은 눈에 확 들어오더라. 사실 배해선씨 에비타는 노래에서 매우 힘겨웠다. 노래 부분 확실히 아쉬움이 남는다.

1막 한 시간, 쉬는 시간 20분, 2막 한 시간해서 모두 2시간 20분짜리 무대인데 극이 지루해서 그런 건지 좀 길다는 느낌이 든다. 사실 김선영 에비타의 노래가 훨씬 좋다는 얘길 듣고 보고 괜찮으면 한 번 더 볼까라는 마음도 있었는데 2번 보긴 힘들겠다. 그리고 걱정했던 남경주의 체 게바라. 남경주씨가 어떻게 연기하고 노래하는지가 문제가 아니라 대체 체 게바라는 왜 나오는 건가? 극 자체에서 전혀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다. 체 게바라가 무대에서 하는 건 설명, 나래이션 그 정도다. 관객들에게 극 내용 이해 못할까봐 설명해주는 역이다. 그걸 왜 '체 게바라'라는 이름으로 해야하는 건지. 뭐 남경주씨가 만들어 낸 캐릭터도 마음에 들지 않고. 차라리 제대로 신랄하기라도 하던가.

그러고보니 LG아트센터에선 처음 라이브 오케스트라를 보는 거더라. 그 생각하니 괜히 3층으로 왔나하는 후회도 살짝 되긴 했다. 하지만 맨 앞열이라서 몸을 살짝만 앞으로 숙이면 무대와 오케스트라 석이 한 눈에 보이는 건 나름 즐거운 경험이었고, 시선을 돌리지 않아도 무대 앞뒤 좌우 공간이 한 눈에 다 들어오는 것도 즐거웠다. 생각만큼 배우의 얼굴이 멀지도 않았다.

처음 3층으로 입장할 땐 맨 뒤로 들어가서 밑으로 내려가는데 그 급경사에 진짜 깜짝 놀랐다. 뒷좌석이 내 어깨위에 있는 정도더라. 아, 윗층으로 올라오면 이런 거구나 싶었는데, 하긴 다른 극장에서도 2층 위로는 한 번도 올라가 본 적이 없으니깐. 경험상 좋기는 했다. 다음엔 미심쩍은 공연이나 마음에 드는 공연을 이런 자리에서 한 번쯤 봐도 좋겠다라는 생각도 들고. 가격은 4만원 할인 받아 3만 6천원을 줬으니 더욱 흡족.


by 191970 | 2006/12/05 09:49 | - 공연즐기다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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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마르스 at 2006/12/05 11:20
생각만해도 3층은 무섭습니다.
Commented by Annika at 2006/12/05 12:45
세종문화회관의 3층을 처음 갔던 날의 기억도 만만치 않아요. 후달달달... 그나저나, 배해선의 노래를 '토요일밤의 열기'에서 듣고 닭살돋도록 반했던 기억이 나네요.
Commented by 191970 at 2006/12/05 12:58
마르스님 / 맨 뒤로 들어가서 3층 맨 앞자리로 내려갈 때가 제일 무서웠습니다. 전 고소공포증도 있는데 말이에요.
Annika님 / 그럴 거 같아요. 저기 가보고 예당과 세종의 4층은 대체 어떻다는 거야!라는 궁금증도 좀 생겼어요.
Commented by 핑크빛스카프 at 2006/12/05 13:04
작년에 오페라의 유령을 예당 3층에서 봤는데 당장 뛰어서 내려가고 싶더군요...
Commented by 191970 at 2006/12/05 13:07
핑크빛스카프님 / 저는 예당 2층에서 울면서 봤죠.ㅠㅠ 더 가까이 가고 싶단 마음에.
Commented by zhenya at 2006/12/05 17:43
음...세종 3층에서 노틀담을 봤을 땐 좋더라구요...조명이나 군무도 보고..
(물론 앞좌석에서 본 일도 있어서 그랬던걸까요? 저도 앞좌석 선호 관객이라서요~~)

그렇지만...정말 무섭습니다.... 저는 출구에서 바로 위쪽으로 올라갔는데 (C석) B석은 출구에서 내려가는 쪽이었는데 ...(B석을 못한 이유가..계단 내려가는게 너무 무서워서...ㅠ.ㅠ 그랬답니다.)
Commented by 191970 at 2006/12/05 18:07
zhenya님 / 3층 경험자들이 많으시군요. 하하; 참 재밌어요. 저도 3층 좋았어요. 시야도 좋고 평상시엔 안 보이는 곳까지 한 눈에 다 보인다는 것도요. 하지만 역시 여러번 반복해 볼 때나 다시 오지 않을까 싶어요. 한 번 보는 무대 그렇게 올라가기는 쉽지 않을 거 같아요. 너무 냉정하게 보게 되더라고요.
Commented by zhenya at 2006/12/05 18:19
맞아요! 맞어~
몰입이 안되요!!!!!!!!
저도 배우들의 표정이나 이런거 보는걸 좋아하기도 하고..
맨앞에서 보면 확! 뭐랄까 공연이 나를 덮치는걸 좋아해서 ...(또 내 시야에 검은 뒤통수가 있는걸 싫어하기도 하구요) 그래서 한번 볼거면 무조건 첫줄에서 봅니다.
여러번 보는 공연만.... 이런 좌석도 한번 앉아볼까? 하는거죠~~ (여기서 또다른걸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거든요~)
Commented by zhenya at 2006/12/05 18:23
그나저나 에비타 평이 좋지 않군요..
선영에바도 노래는 잘하는데.... 연기 면에서 안좋은 이야기가 있고..
더군다나...군무나 ..합창일때도 인원이 얼마 없다고 하니...
(오오~ 다행이야~ 패스~~~~돈 굳었어!!! 하고 환호하고 있습니다....팬텀을 그딴식으로 올려버리면 설앤 가만 안둘겁니다!!! 08년도 라이센스 엄청나게 기대하고 있거든요...)
Commented by 191970 at 2006/12/05 18:24
zhenya님 / 네 맞아요! 몰입이 안되죠. 냉정하게 관찰하는 기분이 들어요! 공연은 자고로 열정을 갖고 봐야하는데! 저는 첫줄까지는 아니고요. 시야는 확보하는 선에서 가능한한 앞라인 정도에요. 그래서 소극장 좌석은 앞쪽 사이드만 아니면 크게 가리지 않고요.(음향만 문제 일으키지 않는다면) 대극장은 배우의 연기가 보이는 선이면 되요. LG아트센터의 7-10열 정도가 딱 제 취향이에요. 그리고 보고나서 배우가 좋으면 앞라인에서 다시 보고 싶어하는 거죠. :)
Commented by 191970 at 2006/12/05 18:25
zhenya님 / 아니 저랑 동접이시군요! 근데 08년에 팬텀 라이센스 들어오나요? 오! 몰랐던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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