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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언제, 어딘가에
나를 위한 황금 시대가,
르네상스가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어딘가에 존재하는
나의 시대가,
단 한 장의 티켓,
단 하나의 비자,
단 한장의 일기장 너머 어딘가에 있다고, 언제, 어디가 될지는 모른다.

누가 그런 것을
알 수 있겠는가?
어제 내렸던 비는
모두 어디에 있는 것일까?
보이지 않는 도시 속에?
나의 내부에?
우주 공간은 차갑고 조용하며, 지평선은 무한에 가깝다.


[감상] 연극 귀신의 집으로 오세요 - 공연즐기다


귀신의 집으로 오세요
유무비 2번째 창작연극

장 르 : 연극
일 시 : 2007/04/10 ~ 2007/05/27
장 소 : 제일화재 세실극장

작가 : 박수진, 연출 : 이지나
유지태, 박명신, 김태한, 방진의, 김대명, 조슬기

세실극장 2007/04/26 20:00

한 이야기에서는 나병에 걸린 딸과 그 엄마가 있다. 엄마는 병든 딸을 몰래 숨기고 부유한 노인에게 씨받이로 들어간다. 엄마는 자기가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를 먹여 딸의 병을 낫게 할 거라 한다. 그때까지만 참아. 너부터 살릴게. 너부터 살자. 내 손 쥐고 있는 딸. 그 손 어찌 놓을까.
남들 눈에 띄지 않게 몰래몰래 숨기며, 딸은 매일매일 엄마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며 그렇게 살아간다. 그리고 어느 날 노인에게 들키게 된다. 노인은 그 딸을 삽으로 내려치려 하지만, 그것을 못하게 막던 엄마가 결국 노인의 목을 조르고. 그 둘은 함께 죽는다. 그리고 딸은 엄마를 기다리며. 나가지 말랬어. 밖은 낭떠러지 뿐이랬어. 그 집에서 계속 엄마를 기다리고 있다.

또 한가지 이야기의 시간대는 지금, 여기다. 미스테리 '귀신의 집으로 오세요'란 방송을 위해 프로듀서와 그 방송에 패널로 출연하는 평론가, 퇴마사가 함께 망우리의 한 흉가를 찾아 온다. 그들은 시청자를 속이기 위해 적당한 장면들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왔다.

그리고 그 둘을 연결해 주는 인우, 귀신인지 정령인지 알 수 없는 존재가 있다. 그는 그렇게 가야할 곳을 가지 못하고 머무르고 있는 영혼을 떠나가게 하는 역할을 한다.

방송을 위해 연기를 하던 퇴마사는 인우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보지 말아야 할 것들, 듣지 못하던 것들을 보고 듣게 된다. 그리고 결국 그 모든 이야기를 알게 되고, 마지막은 굿을 통해 그 모녀를 가야 할 곳으로 떠나 보낸다.

솔직히 위의 이야기 중 많은 부분을 공연 소개에서 읽었다. 오히려 공연에서는 노인과 엄마가 죽게 된 경위는 막연하게 표현하기 때문에 분명하게 알지 못하겠더라. 하지만, 그 막연함이 좋았다. 어차피 귀신이 간직하고 있는 기억인데, 살아있는 사람도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 법인데 귀신은 오죽할까. 그렇게 한이 붙어 있는 귀신인데.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아주 좋았던 공연이었다. 미리 읽은 내용으로는 신파가 될 것인지, 코믹이 될 것인지 알 수 없었고, 그 중 어느 하나가 된다 해도 나머지를 자연스럽지 못하게 풀어갈까 염려가 되었다. 소재 자체가 식상하다는 느낌이 강해서 그런 걱정은 더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연출과 배우를 믿고 선택한 공연이고, 그 선택과 기대는 충분히 보답 받았다.

시간대가 다른 두 가지 이야기가 나오듯, 전반부와 후반부의 분위기가 아주 다른 공연이다. 전반부는 인우와 다른 귀신들의 등장부터 시작해서, 퇴마사와 방송 평론가 둘의 대화와 분위기로 관객들에게 많은 웃음을 준다. 그리고 점점 인우가 그 모녀의 과거의 이야기로 들어가고, 그 한을 풀어주는 것을 극의 분위기는 무르익는데.

두 모녀는 둘 다 떠나지 못하고 그 집에 남아 있지만 서로 보지 못한 채 서로를 찾아 헤맨다. 사실, 현재의 방송과 그들의 과거로 두 시간대가 나뉘는 것뿐 아니라 두 모녀가 살고 있는 시간대(혹은 공간)도 나뉘어 있다.

인우는 그 딸의 외로움에 맺힌 한과 병든 딸이 있는 엄마의 한을 먼저 들어주며 조금씩 풀어나가다 마지막 현실 장면의 굿으로 들어가고, 그들의 영혼과 한을 승화하며 모든 갈등이 해소되게 된다.

무대는 유지태씨의 나레이션에서 시작하는데 그 부분에선 굉장히 염려스러웠다. 대사와 발성이 무대에서 듣기에 자연스럽지 못하다. 전반부의 코믹하게 보여주는 부분도 몸에 딱 달라붙은 자신의 모습으로 보이지 않았고. 하지만 다른 배우들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무대로, 극으로 스며들어서 집중하는데 전혀 무리 없었고 후반부에서 굿장면의 무용을 이용한 장면에서는 유지태씨 몸놀림이 굉장히 눈에 띄었다.-전반적으로 그 굿 장면들 구성이 아주 좋다. 퇴마사 역의 김태한씨, 평론가 역의 방진의씨는 뮤지컬 무대로 익숙한 배우들인데 이 무대에서도 굉장히 몸을 아끼지 않은 열연을 보였다. 모녀 역의 두 배우분의 연기도 아주 좋았고. 소녀 역의 몇몇 외치던 대사가 아직도 귀에 맴돈다.

무대 의상, 조명, 효과음 등 무엇하나 거슬리는 거 없이 전체 이야기를 잘 감싸고 돈다. 몇몇 장면의 조명과 배경음은 굉장히 좋았기도 하고. 이야기 마무리도, 배우도, 시간과 장면을 하나로 맞추어 주던 연출까지.

재밌었고, 즐거운 연극이다.

세실극장은 처음 가봤는데 생각보다 무대 크기도 괜찮고, 좌우로 넓어서 뒷좌석도 무대가 멀지 않고, 사석이 없어 보였다. 괜찮은 극장이었다.


+
참고로 역시 이건 팬심이겠지만, 김태한씨 진짜 멋지다. 진짜 열연이다. 땀이 온몸으로 뚝뚝 흘러내리는데. 역시 좋은, 멋진 배우다.

덧글

  • 국철 2007/05/02 00:17 # 답글

    잠시 egloos 왔어요...
    항상 재미있게 사시는거 같아서 내심 부럽답니다...ㅋㅎ
  • 뇌를씻어내자 2007/05/02 12:05 # 답글

    어, 저 다음에 이거 볼래요. ;;
  • 191970 2007/05/02 18:06 # 답글

    국철님 / 항상 재미있을리가 있나요. 요즘은 스트레스 많이 받고 힘들어 더 이런 쪽으로 도피 혹은 해소하력 노력하는 거죠.
    근데 오랜만에 텍스트로나마 이렇게 뵙게 되니 반갑네요. ^^

    뇌를 씻어내자님 / 재밌고 즐거운 무대였어요. 하지만 너무 많이 기대하진 마세요. 창작극 초연이라는 걸 감안한 감상이라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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