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마법을 쓴다

 
아내가 마법을 쓴다
원제 Conjure Wife (1943)
프리츠 라이버 지음, 송경아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출간일 : 2007-08-10
반양장본 | 312쪽 | 203*132mm

노먼은 젊은 사회학과 교수다. 학과장 승진을 코앞에 두고 있다. 노먼과 노먼의 아내 탠시는 갑갑해하며 버티기 힘들 거라는 다른 사람들의 염려와는 다르게 작은 대학사회에 너무나 잘 적응해 살아오고 있다. 이렇게 잘 적응해, 만족스럽게 살아온 시간들과 거기에 있던 행운들이 어느 날 오후 갑자기 확 다가와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하던 일을 끝내고 그렇게 자신의 행운을 되새기며 만끽하던 노먼은 문득 자신에 눈에 띈 아내의 화장방을 훔쳐보기로 한다. 무언가 근질근질한 아주 나쁜 짓은 아니지만, 들키면 안될 자그마한 비도덕적인 일을 하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화장방은 들어와보진 않았지만 아내 텐시에게 보이는 그대로 예상대로의 모습이었다. 서랍 안에서 묘지의 흙 같은 수상한 그것들을 발견하기 전까진.

위의 내용과 비슷한 소개 글과 책제목을 처음 대했을 땐 무언가 발랄한 내용을 연상했다. 내 아내는 마법사(혹은 내 아내는 요술쟁이? 내 아내는 마녀? 하여간 bewitched)란 드라마가 떠올랐기 때문인 것도 같고.

하지만 책은 그보다는 진지하고, 어둡다. 순간순간 오싹해지는 면이 있을 정도로. 작가가 러브 크래프트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말이 있지만, 그 말을 읽지 않았다면 의식 못했을 부분이지만 그 말이 의미하는 바가 어떤 것인지도 알 거 같다.

읽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겐 그 첫 느낌에 익숙해지고 나니 그 뒤는 오히려 좀더 가볍고 쉽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사회생활을 하는 남자들 뒤에서 남자와 가정과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마법으로 싸우는 여자들이란 발상은 아주 즐거웠고, 그렇게 사용하는 마법이 커다란, 환상적인 모습들은 아니라는 건 좀 아쉽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래서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여자들은 자신이 사용하는 공식과 주문을 누구에게도 알려주거나 공유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무사하고, 바람 피우지 않고 내 가정이 안락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용할 뿐이다. 그네들이 사용하는 마법은 매듭짓기, 인형 등의 부적을 만들어 숨겨두기, 무덤의 흙을 이용하기, 소소한 재료들을 모아 정해진 모습으로 정해진 장소에 놓아두는 것들이다. 우리가 마법이란 단어에서 연상하는 것보단 주술에 가깝다. 아주 쉬운 것 같이 읽히기도 하지만 마법에는 작용/반작용의 힘이 있어 마법의 힘을 완성하기 위해선 그에 따른 반작용을 이겨내야만 한다.

"마법은 우스꽝스러운 중세의 도구를 가지고 노는 것도 아니고, 손으로 하는 손쉬운 속임수도 아닌, 오직 상징만을 조작해서 ‘소환된 힘’을 조종하는, 매우 힘들고 긴장된 싸움이었다. 방의 벽 밖에서, 두개골의 벽 밖에서, 마음에 있는 무형의 에너지 벽 바깥에서, 그는 그 힘이 모이고 부풀어 오르고 무시무시한 기대에 차서 그가 실수하기를 기다리는 것을 느꼈다. 잘못되면 그를 눌러 부숴버리려고 하면"

책 뒤의 역자의 말에 사회생활을 하는 남자들 뒤에 그들 모르게 마법으로 치열히 싸우는 여자들이란 모습에 남자중심 사회관을 읽을 수도, 혹은 페미니즘으로 읽을 수도 있을 거란 말. 내게는 너무 당연히 후자로 읽혔다. 하지만 결국 무엇이 중요한 가란 말로 보인다. 남자들의 하는 그 사회생활이 더 중요한 것인지, 그들 모르게 그들과 자신의 가정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여자들의 전쟁이 더 중요한 것인지.

책 안의 대사에서 나온 대로 여자에게는 세상을 다스리는 건 귀찮고 중요치 않은 문제일 뿐이다. 상대에게 문제를 얘기한다는 건 결론이나 해답이 아닌 내게 동조하는 감정을 원하는 것이라는 걸 남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by 191970 | 2007/11/22 10:35 | - 책을읽다 | 트랙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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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아내가 마법을 쓴다
-원제: Conjure Wife -저자: 프리츠 로이터 라이버 주니어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한가로운 시골 대학에서 평온한 삶을 누리던 민속학 교수 노먼 세일러는 어느날 우연히 아내의 화장대에서 수상쩍은 물건들을 발견한다. 겉보기엔 자기보다 훨씬 합리적이고 냉정한 줄 알았던 아내 탠시가 남편의 신변을 염려하여 여기저기서 배운 마법지식을 이용해 주문을 걸어둔 것이다. 아내의 이런 걱정을 단순한 신경증이라고 확신한 노먼은 아내를 설득하......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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