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밴디트
2007/12/30 15:00 문화일보홀
김정화 / 이영미 / 벨라마피아 / 전아민
연말에 본 공연은 그 해 관람한 공연 목록 작성하고 난 뒤에는 감상문을 쓸 의욕이 나지도 않고. 더군다나 제가 관람한 다음날인 31일까지만 하는 공연이라 그냥 넘어가려 했습니다만.
문화일보홀에서 사다리센터로 1월부터 공연장을 바꿔 다시 올라오네요. 그래서 추천 겸해서 감상문 적어놓습니다.
감옥에서 탈옥해 쫓겨 다니는 여성 4인조 밴드가 나오는 영화, 밴디트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거에요. 뮤지컬 밴디트는 그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창작 뮤지컬입니다. 2006년 동숭홀에서 초연(
두번째 관람)이 있었는데, 강효성 엠마, 이영미 루나, 전혜선 엔젤 그리고 마리 역이 박준면, 김희원 더블. 청일점 웨스트 역으로 송용진 / 정동현이 출연했습니다. 그 외 앙상블 수가 꽤 되는 중극장용 뮤지컬이었고요. 내용은 영화 내용을 그대로 따라갔습니다.
그리고 그 해 가을 예술마당에서 두 번째 밴디트 가 있었습니다. 이때는 루나 역의 이영미씨를 제외하곤 모두 신인배우로 채워졌고 앙상블이 모두 빠졌으며 콘서트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남자배우가 한 명 나와 웨스트를 비롯 골든 레코드사 사장, 쫓는 형사, 간수 역 등을 모두 연기했고요. 밴디트의 콘서트 형태였던 만큼 연주도 모두 배우들이 직접 했고 남자배우의 노래는 없었어요.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 무대입니다. 이번엔 이지나 연출이 들어가면서 내용 각색이 많이 이루어졌습니다. 일단 배경이 우리나라입니다. 그리고 벨라마피아라는 실제 홍대 클럽 쪽에서 활동하는 여성 4인조 밴드를 캐스팅하고 예전 엠마 역에 해당하는 한경애 역과 루나 역에 해당하는 최영서 역을 앞에 내세웁니다 . 그래서 여자 4명이던 밴디트는 모두 6명이 되었습니다. 내용 진행은 예전 웨스트에 해당하는 아이돌 스타 JS역을 맡는 배우가 나레이터로 등장하고요.
이번에 이렇게 각색이 이루어지면서 아주 많은 차이점이 생겼습니다. 일단 예전 밴디트는 4명의 비중이 크게 차이 나지 않았고 각자의 사연과 성격이 뚜렷했습니다. 그리고 감옥을 탈옥하여 도망 다니고, 인기를 얻고, 해외로 도망치려던 중 모든 계획이 틀어지게 된 계기. 엔젤과 웨스트의 관계. 그리고 루나와 웨스트의 관계. 엔젤의 배신 이런 것들이 모두 없어진 거죠.
인원이 많아진 만큼 한 명, 한 명에게 설득력을 주지는 못합니다. 그나마 1st 기타와 2nd기타이자 전 보컬을 맡은 두 명의 사연이 가장 깊고. 나머지는 아주 가볍게 다루어지죠. 그리고 무엇보다 이영미씨가 맡은 최영서라는 캐릭터의 과거와 사연이 너무 묻혔습니다. 80년대의 가수왕 한경애의 사연은 나쁘지 않았지만 엠마의 사연이 그렇게 모두 없어진 건 좀 아쉽죠. 예전엔 좀더 드라마틱했는데 많이 건조해졌다는 느낌도 있고요. 또 밴드 구성조차 좀 희미합니다. 최영서 역은 분명 밴드의 리더인데 밴드 안에서 맡은 역할이 무언지 모르겠어요. 원래 벨라 마피아 보컬인 현쥬니라는 분도 마찬가지고요. 맡은 역할이 정해진 하나의 밴드라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6명의 일행이 밴드도 하는 거 같아 보이죠. 해외 탈출을 위한 가짜 여권과 여권을 마련하기 위한 돈 문제 해결 이런 것도 너무 흐지부지 넘어가고요. 마지막 콘서트도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 좀 의아합니다. 자수를 핑계로 그런 요구를 했다는 건데. 그런 게 가능해요?
하지만 그런 이야기와 사연들을 포기한 대신 이번 무대의 강점은 음악 그 자체입니다. 밴디트의 노래는 역시 아주 훌륭하고 밴드들 연주도 좋아요. 분위기도 오르고. 거기에 가사만 바꾼 벨라마피아의 노래가 있는데 프로그램을 보고 설명을 듣기 전까진 이번 무대를 위해 새로 만든 노래인 줄 알았습니다. 마지막 한경애 열창장면 또한 벨라마피아의 노래인데 정말 좋아요. 전체적인 분위기도 아주 좋고요. 밴드 공연 장면 같을 때는 정말 저절로 어깨와 팔이 움직여서 앉아서 듣는 게 아주 힘들었어요. 한경애 역의 이정화씨는 노래 하는 장면들에서 밴드 보컬로서 혹은 가수로서의 움직임이 좀 아쉬웠습니다. 너무 뻣뻣하게 서 계시는 느낌이 들어요. 하지만 노래는 정말. 이번에 락은 처음이시라는데 오히려 더 어울리시는 게 아닌가 싶기까지 해요. 정말 마지막 한경애 노래는 진짜 감동적이었어요. 그리고 이영미씨의 another sad song. 너무너무 좋아요. 그냥 아주 진짜 좋아요. 영미 언니는 역시 쵝오. 그리고 지난번 두번째 무대도 콘서트 형식이었는데 그때는 밴디트가 갖는 여성영화로서의 힘은 모두 사라진 거 같아 많이 아쉬웠거든요. 하지만 이번엔 마찬가지로 콘서트 형태인데도 굉장히 다른 의미로 그런 내용을 지니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본 날은 남자 배우가 전아민씨였습니다. 여전히 어찌나 귀여우신지. 그 아이돌 역으로 공연하는 장면. 춤이 눈에 익다 싶었는데 따로 안무해준 게 아니라 본인이 직접 안무한 거라 합니다. 단지 스무 살로 보이지는 않던걸요.
그리고 역시. 초연 때 있었던 웨스트의 노래가 사라진 건 정말 아쉬워요.
공연정보
일시: 2008년 1월 9일(수) ~ 2월 10일(일)
장소 : 사다리아트센터 네모극장
한경애 역 : 이정화 / 소찬휘
최영서 역 : 이영미 / 리사
그 외 밴드 벨라마피아
JS 역 : 한지상 / 전아민
1월 20일까지 예매 시 20%에서 30% 정도 할인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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