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2007/01/29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김법래(콰지모도), 문혜원(에스메랄다), 서범석(프롤로), 박은태(그랭구아르), 문종원(클로팽), 김성민(페뷔스), 곽선영(플뢰르)

사실 전 내한 NDP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딱히 이 공연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지도 않고요. 오히려 실력만으로 오디션 하겠다고 그렇게 호언장담해놓고서 신인들만 잔뜩 뽑고, 거기에 늦은 유명 가수 캐스팅까지. 이런 면 때문에 좋지 못한 이미지가 있어요. 거기다 세종문화회관의 그 비싼 가격.

그럼에도 제가 다녀온 건 단지 그분과 그분이 나오시니까 가서 그분 노래를 들어야지 이것뿐이에요. 1월 캐스팅 스케줄에 그분과 그분이 같이 나오는 날은 단 이틀뿐이더라고요.(이제 보니 2월엔 좀 되네요) 그래서 단 이틀! 안돼! 놓칠 순 없어! 하면서 예매해 놓았던 거죠. 그나마 VIP석 숫자가 적어서 R석으로도 VIP급이 가능하다는 것 뿐.

런던을 제외한 유럽 뮤지컬 쪽이 댄서와 싱어를 구분하는 구조를 많이 보인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큰 무대 위에 전문 댄서 잔뜩 데려다 군무 추니 정말 대단하긴 하더라고요. 역시 뮤지컬 배우가 댄스까지 하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에요. 저런 동작 아무나 가능한 게 아니잖아요. 좀더 배우들이 노래에 집중할 수 있는 것도 좋고.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대극장 무대의 장점 '떼창'이 나오지 못하는 건 좀 아쉽죠)

하지만 오페라타 형식에 춤도 안 추고, 자리 바꾸어가며 노래만 하니 노래가 좋지 않으면 좀 지루해질 수밖에 없죠. 아무리 댄서들이 대단해도 결국 이야기는 중심인물 몇이 끌어가는 거잖아요.

전체적으론 좀 그냥 저냥 그랬어요. 몇몇 장면은 댄서들 보는 거에 정신이 팔려 대단하다 생각하고 있었고, 신인들 많이 캐스팅한 거 치곤 나쁘지 않네란 생각도 들고. 그리고 대체 그분은 언제 나와 노래하시나 뭐 이런 생각들만.

어차피 제가 서범석 프롤로와 김법래 콰지모도의 노래를 들으러 간 거였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노래가 너무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어요. 에스메랄다, 그랭구아르, 클로팽, 페뷔스. 거기에 플뢰르. 플뢰르가 가장 어색했죠. 노래도 좋고, 그 큰 무대에서. 나쁘진 않지만 그 가격에, 그 극장에. 아까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몇몇 장면. 프롤로가 페뷔스를 찌르는 장면과 콰지모도가 프롤로를 죽이는 아주 중요한 장면. 제대로 보이지가 않아요. 좁은 곳에서 순식간에 지나쳐서 시선 신경 안 쓰면 아차 싶게 넘어가고 원래 내용을 알고 있지 않으면 그 다음 장면이 이해가 안 가죠. 전 사실 프롤로가 페뷔스 찌르는 장면은 제대로 못 봤어요. 단지 다음 장면 보고 대체 언제 찌른 거야! 라는 마음만.

프롤로 죽을 때도. 죽이는 장면 자체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 그 뒤에 이어지는 프롤로 굴러 떨어지는 장면은 정말 실소가 나와서. 너무 하잖아요. 그렇게 멋있게 프롤로 끌어 왔는데 마지막에서 그렇게 개그로 넘어가면.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에스메랄다가 죽고 콰지모도가 "그녀를 내게 주오" 와 연결해서 "에스메랄다 다시 춤을 춰요"(제목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아요) 두 곡을 부를 때. 아, 정말 북받쳐 올라오는 감동에.

이건 완전 주입식, 강요식 감동이에요. 전체 무대를 보면서, 전체 내용을 보면서 감정이 거기까지 끌어 올려진 게 아닌데, 그냥 한 명의 배우의, 한 명의 노래에 힘에 이렇게 감동을 받다니.

사실 이래서 뮤지컬이 대단하다니깐요. 전체 무대, 전체 내용, 서사, 전체 완성도 이런 것들과 상관없이 어느 한 순간, 한 명의 배우의, 노래 한 곡의 힘만으로도 관객에게 이런 감동을 전달할 수 있다니. 그리고 이런 순간이 좋아서 제가 뮤지컬을 사랑하는 거죠. 그저 박수를 보낼 뿐이에요.

그리고 그 전에 에스메랄다를 탈출시켜 숨겨준 다음에 잠든 에스메랄다를 보며 부르는 콰지모도의 세상은 불공평해 그 노래도 정말 멋졌어요. 눈물이 찔끔.

정말 세상은 불공평하죠. 법래씨 다음엔 더 좋은 무대, 더 좋은 역할로 만나요. 아저씨 노래를 듣기 위해서라면 어디던 따라 갈게요.

서범석씨 프롤로도 좋았어요. 오랜만에 듣는 서범석씨 노래도 정말 좋았죠. 하지만 미안해요. 프롤로 죽는 장면이 너무 많은 걸 망쳤어요. 거기다 콰지모도 마지막이 너무 멋져서 잘 기억 나지 않아요.

저 어떻게 반값 내고 2막만 보면 안될까요? 아니면 3층에 가서 노래만 듣다 올까요? 아 그 노래 들으러 다시 가고 싶어요.

그리곡 국내판 싱글 CD를 녹음했던데 어떻게 그럴 수 있죠? 바다와 콰지모도 다른 배우 윤형렬씨 둘이서만 부른 노래 뿐이에요. 진짜. 너무해요.

by 191970 | 2008/01/30 10:31 | - 공연즐기다 | 트랙백 | 핑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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