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을 거라고 해주세요.

 
이사 온 다음에 안 건데 우리집 현관문이 자물쇠가 고장나 있어요. 원래 현관 손잡이에 달린 걸쇠가 안 걸리는 거죠. 그래서 보조 열쇠를 잠그지 않고 내비두면 스르르 열려요. 그래도 뭐 어차피 보조 열쇠만 잠그고 다니니까 상관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얼마 전에 한 번 아침에 출근하려 보니 전날 술 먹고 보조열쇠를 안 잠궜다는 걸, 그래서 현관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는 걸 알았죠. 동생도 안 들어오고 혼자 잔 날인데. 좀 놀랐지만 뭐 별 일 없으니 다행이고. 조심해야겠다 생각했어요.

그리고 어제. 10시 좀 넘어까지 야근하고 피곤한 상태로 집에 들어가 동생과 잡담을 잠시 한 다음에 읽던 책을 마자 읽고 1시가 좀 넘어 잠들었죠.

아침에 출근준비 하던 동생이 내 방을 열더니 한 바퀴 둘러보고 아주 심각한 목소리로 얘기했어요. "누나 나비가 나간 거 같아"

아. 젠장. 젠장. 어제 제가 문을 안 잠궜나 봐요.

먼저 나간 동생이 동네 한 바퀴 둘러보겠다고 했는데. 좀 뒤에 일단 출근하겠다고 문자가 왔네요. 저도 얼른 준비하고 한 30분을 나비야, 나비야 부르면서 돌아다녔어요. 근데 왜 이렇게 골목도, 구석도, 문 열린 건물도, 지하 주차장도, 세워진 차도 많은 거죠. 대체 어디부터 어떻게 찾아야 할 지 감이 안 잡혀요. 그래도 무턱대고 그냥 한 30분 이름 부르며 돌아다니다 혹시 집에 온 건 아닐까란 마음에 두 번쯤 집에 뛰어 들어갔다 나오고 하다 저도 일단 출근했어요.

근데 자꾸 눈물이 주룩 주룩 나서 죽겠네요. 화장실에 처박혀서 한 30분 울다 나왔더니 이제 배도 고파져요. 아, 오늘 하루 어떻게 보내죠? 아프다고 하고 조퇴할까. 오늘까지 끝내야 할 일 있는데.

그리고 우리나비는 어디 있는 걸까. 한번도 집밖에 나가 본 적 없는 앤데 집은 찾아올 수 있을까. 어디 엉뚱한데 가서 숨어있는 건 아닐까.

누구 제발 괜찮을 거라고 얘기 좀 해주세요. 근처에 있을 거라고. 금방 돌아올 거라고. 전 지금 아주 위로가 필요할 때에요. 위로 좀 해주세요. 그리고 집 나간 고양이가 가 있을만한 데나 찾아 볼만한 데나 이런 데 좀 귀띔해주세요.

by 191970 | 2008/02/29 10:26 | - 그냥하는얘기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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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corwin at 2008/02/29 10:38
고양이에 대한 지식은 닥터 스크루에서 본게 전부라... 거기 보면 자주 집 밖으로 나갔다가 몇 일만에 들어오곤 하던데. 어쨌든 힘내세요.
Commented by 마르스 at 2008/02/29 11:05
괜찮을거에요. 예전에 고양이 키울 때 생각해보니, 집 잘 찾아왔던걸요. 괜찮을거에요.
Commented by 에밀리 at 2008/02/29 12:37
낮보다는 밤에 찾기 쉽고, 밥통 짤짤 흔들면서 다니면 효과적이예요. 의외로 멀리는 못 가 있으므로 근처 건물 사이 외진 곳도 있고, 사람 안 무서워하면 다른 집에 들어갔을 수도 있어요. 지금은 길고양이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기는 아니니까, 일단은 벽보 붙이시고, 제보를 받으세요.
Commented by ArborDay at 2008/02/29 12:40
괜찮을거에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들어와서 태연스럽게 밥달라고 할걸요.
Commented by Yoon at 2008/02/29 12:52
헉. 나비. 곧 돌아올거에요.. 아쉬운대로 집앞에 박스라도.. (추운데 문 잠겨있으면 들어가있으라구.. ) -_-
Commented by 팅이 at 2008/02/29 13:00
괜찮을거에요. 퇴근하고 집에 가시면 문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에요.
Commented by Ant at 2008/02/29 16:01
괜찮을 거예요. 고양이를 키워본 적은 없어서 도움되는 말은 해 드릴 게 없지만 괜찮을 거예요..
Commented by fool at 2008/02/29 18:54
시간 너무 많이 지나서 어떨지 모르겠네요. 밖에 나가본 적 없는 고양이면 어디 근처에 숨어있을 거 같아요. 주변 건물 사이 좁은 틈이나 차 밑 같은 곳 찾아보세요. 꼭 찾으시길 빕니다.
Commented by 민현 at 2008/02/29 21:15
무서워서 어디 근처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요. 많이 걱정되시겠어요. 예쁜애기. 금방 찾을 수 있으실거에요.
Commented by 191970 at 2008/02/29 21:38
정말 감사해요. 써주신 괜찮을 거라는 말 한 마디 한 마디 보며 오늘 하루를 보냈어요. 저도 제가 이렇게까지 당황할 줄 몰랐는데. 정말 무섭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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