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

 
햄릿
윌리엄 세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민음사
출간일 : 1998-08-05 | ISBN(13) : 9788937460036
반양장본| 222쪽| 225*132mm


민음사판 햄릿을 읽는 중이에요. 셰익스피어는 사실 어렸을 때 조금 두꺼운 소설 각색 판들만 읽어봐서 희곡은 읽은 적이 없어요. 셰익스피어가 아니어도 서사시, 희곡 뭐 이런 것들, 소설 아닌 다른 장르는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없죠. 시도는 해봤지만 도저히 안되더라고요.

근데 나이를 먹었나. 이제는 희곡도 읽고 싶어져요. 이건 무대를 좀더 가까이서 즐기게 되면서 가능해진 거 같기도 해요. 희곡은 읽히기 위한 문학이 아니라 무대를 올리기 위한 거잖아요. 장면이 하나 하나 연상 되고, 무대로 어떻게 표현 가능할까 이런 걸 자연스럽게 떠올리며 읽고 있으면 참 재미있죠.

거기다 요즘 무대로 셰익스피어 작품들을 보며 한 번 꼭 읽어봐야겠다 생각한 것도 있고요. 대사를 읽고 있으면 노래와 배우들, 장면 이런 것들, 연상되는 게 참 많아요. 창작뮤지컬이던 락햄릿 노래라던가, 얼마전에 본 체코 버전 뮤지컬 햄릿이라던가. 셰익스피어의 모든 것에서 낄낄대며 보던 장면들, 대사들. 그 캐릭터들 비교되는 것도 즐겁고요. 덕분에 생각보다 아주 재미있네요. 출근 전철 20분 동안 60페이지, 집에 돌아가면서 60페이지 다시 출근하며 60 이러면서 현재 5막 접어 들고 있어요. 오늘 퇴근하며 전철에서 읽으면 끝날 거에요. 드디어 기다렸던 레어티즈가 등장하고 복수를 다짐하죠. 남은 건 결투와 죽음뿐이에요. 모두 다해서 200페이지 조금 넘으니 생각보다 아주 짧아요. 어린 기억엔 굉장히 길었던 거 같은데.

분량 외에도 기억이나 예상했던 것과 아주 다른 게 오필리아와 햄릿은 서로 사랑한 거 같지도, 연인 같지도 않다는 거. 그래서인지 햄릿이 오필리아의 아버지인 폴로니우스를 죽였을 때 별로 놀라거나, 슬퍼하지도 않고. 왕비인 거트루드는 너무 쉽게 햄릿에게 설득 당한다는 거. 오필리아 참 캐릭터 없다는 거. 뭐 거트루드도 그렇고 여자 캐릭터 참 약하죠. 그리고 정말 예상 외로! 오필리아와 오빠 레어티즈 사이의 근친적인 사랑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 원래는 없던 거였나요? 제 오해였어요? 저는 정말 레어티즈가 오필리아를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뮤지컬등의 제2 창작품들의 영향이었던가.

거기다 전 레어티즈가 조금 더 똑바라서 독을 본의로 쓴 게 아니고, 왕의 설득이나, 혹은 왕이 몰래 쓴 건 줄 알았어요. 근데 본인이 먼저 쓰겠다고 하네요. 그랬군. 너도 그렇게 똑바른 애는 아니었던 거야.

그리고 '삼촌'보다 '숙부'란 단어가 더 좋은 건 그냥 제 취향일까요?
하지만 취향을 떠나서 대감과 중전이란 단어가 나오는 건 정말 아닌 거 같아요.

이거 다 읽고 나면 다음엔 맥베스를 사서 읽어볼까 봐요. 과도한 주석과 번역, 말투 뭐 이런 것들이 아쉬워서 민음사 판 말고 다른 출판사를 읽어봐야 하나 싶긴 하지만요. 주석은 왜 이렇게 많은지. 꼭 학교 다닐 때 문학 시간에 교사가 시나 희곡 설명해주는 그런 느낌이죠. 그리고 번역과 말투들이 좀. 98년도 판이면 10년 전이니 그래서 더 그런가 싶기도 하고요. 어느 출판사가 좋은지 아시는 분 계신가요?

뭐 그렇다 해도 재미있어요. 셰익스피어의 희극은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 비극들만 차례로 읽어볼까 봐요.

by 191970 | 2008/03/21 11:06 | - 책을읽다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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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체셔 at 2008/03/23 10:46
그런 내용이었던가요! 책 한번 다시 읽어보고 싶네요.암굴왕 완역본을 다시 보고도 상당히 기억과 달라서 놀랐었던 기억이 나네요.옛책다시 읽기..좋은 것 같아요(라지만 아직 사두고 못읽은 책이 다섯권;;;)
Commented by 191970 at 2008/03/24 09:38
체셔님 / 그러게 말이죠. 어렸을 때 한 번 보고 관심 안가졌던 책들 다시 보는 재미가 있어요. 그리고 어렸을 땐 오히려 몰랐던 게, 고전은 고전인 이유가 있더라고요.
Commented by nayas at 2008/03/25 22:32
"이대목 -> "그랬군 너도 그렇게 똑바른 애는 ... " (웃음) ... 아,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는 햄릿이네요. 햄릿이라는 캐릭터가, 그래도 꽤 매력적이지 않나요? 오필리어와 햄릿이, 대화라도 제대로 하는 장면이 있었는지 모르겠네요. 그저, "돌아와보니 그녀가 죽었다" 용의, 그녀...

희곡으로 된 내용을 제대로 다시 읽으며, 반드시 눈여겨 보았던 내용이, 제 경우에는 다음 이었답니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To be or not to be..."의 다음 대사. (대체 너 왜 그때 안 죽었니? 하고 말이지요.) 대체 우리의 찌질이 햄릿이 왜 안 죽느냐 했더니... (대략) "죽는 것은 잠드는 것, 잠들게 되면. 현실을 또 꿈꾸게 되겠지," (그 꿈 계속 꾸느니) "걍 살자..." 더군요.

"죽는 것은 잠드는 것, 그러면 꿈도 꾸게 될까," 이 비현실성이, 이 생각많은 몽상가 왕자가, 그렇게 오래 사랑받는 것이, 은근히 저는 기쁘네요. (약간의 동족 의식? T.T)
Commented by 191970 at 2008/03/26 09:57
nayas님 /하하 저도 햄릿 좋아하시는 분 만나서 반가워요. 주변에서 햄릿 읽고있다고 혹은 재밌다고 자랑하고 싶어도 귀기울여 듣는 사람이 없어요.ㅠㅠ 다 무시.

저는 뮤지컬로 햄릿을 두어 무대 보면서 레어티즈를 참 좋아했어요. 햄릿은 역시 넘 찌질해서. 그런데 레어티즈 독도 독이고 오필리아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그저 아버지 복수만 외치고 있다니 이놈! 여동생도 좀 챙기라고! 그리고 햄릿과 오필리아. 진짜로 걔네는 사랑하긴 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냥 작업 조콤 걸다가 오필리아 덕에 미친 걸로 이용해 먹는 거 같기만. 그래서인지 무대로 올릴 때 오필리어는 각색하는 부분이 가장 많은 거 같아요.

그리고 쓰신 부분. 햄릿. 원래 생각많고, 몽상 많은 사람들은 다 죽음을 꿈꾸는 건가 봐요. 그 부분은 오히려 전 좀 많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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