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야기

 
토요일 근무에 집안행사까지 겹쳐 피곤한 주말을 보내고 내 방에 와서 드러누우니 일요일 네 시가 넘는다. 잠깐 한 시간만 눈붙이고 짐 싸서 일 주일짜리 교육 받기 위해 출발한다는 동생이 참 불쌍해 보였고 다행히 나는 아니라는데 안도하며 낮잠을 잠시 잤다. 의외로 잠도 잘 안 온다. 일어나서 동생 배웅해주고 얼마 전에 도착한 책들을 꺼내서 한권 한권 독파해 나갔다.

집안일이 많지만 도저히 일어나서 움직일 수가 없어 결국 늦게까지 책이나 읽고 그냥 잠자기로 했다. 12시가 넘어 불 끄는데 잠이 잘 안 오고, 심란하다. 이런저런 생각 속에 무겁게 겨우 잠이 들었는데….

처음엔 나비가 등 부분 옷을 발톱으로 잡으며 넘어오는 줄 알았다. 예전에도 한 번 모로 누운 내 위를 그렇게 잡고 올라온 적이 있어서. 뛰어 넘어오지, 이 자식 무슨 짓이야 라고 비몽사몽 생각 중이었는데 그 뒤에 갑자기 나비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됐다. 팔이 어깨너머에서 스르록 앞쪽으로 감싸며 넘어오는 느낌. 등 뒤에 누군가 있다는 인기척이 들었다. 등 뒤로 소름이 돋고, 오싹해지며 체온이 내려간다. 아, 가위눌리는 건가? 라고 생각하고 손끝을 움직여봤다. 처음엔 아무것도 움직일 수 없더니 다행히도 팔이 움직여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사실을 깨달으면서 잠도 완전히 깨 버렸고, 꿈을 꿨구나라고 안도할 수 있었다. 사실 가위랑은 좀 다르다. 가끔 이런 경우를 겪는데 똑바로 누워자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몸이 정말로 안 움직인다기보다는 그냥 가위눌리는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너무 무서워서 움직일 수가 없게 된다. 그러면서 좀 잠이 깨며 정신이 들어오면서 몸을 움직이는 건지, 움직이면서 잠이 깨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만.

깨고 나서도 등 뒤에 그 느낌이 계속 남아 무섭고, 소름끼쳤다. 일어나서 보니 발치에 나비가 몸을 둥글게 말고 누워있다. 잡아끌어서 팔 안에 두고 나비가 자리 잡기 기다려 그 몸 위에 팔을 얹었다. 푸르르 숨 쉬는 소리와 따뜻한 체온에 기대어 다행히 다시 잠을 잘 수 있었다.

피곤한 아침이다.

by 191970 | 2007/06/01 16:18 | - 그냥하는얘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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