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5월 19일
[감상] 연극 페르귄트

페르귄트
2009/05/13 20:00 LG아트센터
극단 여행자
연출 : 양정웅
출연 : 정해균(페르), 김은희(오세)...
헨릭 입센의 작품. 인형의 집에 이어 두 번째 입센의 작품 관람이었다.
일단, 흙을 깐 바닥과 뒷배경에 넓고 크게 자리하고 있는 거울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고, 무대가 진행되는 내내 화려한 원색들을 비롯한 이미지가 아주 강렬했다. 몇몇 장면은 동작으로 이어지는 장면이라기 보다 멈춰진 정지 화면처럼 연출되었고.
공연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미리 확인 하지 않고 갔더니 한 시간 반 정도 진행되는 2막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2막 중반쯤 점점 집중력을 잃는 것을 느꼈는데 나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관객석이 웅성거리고 산만해지는 게 심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들. 단추공과 주물국자 이야기가 등장하면서 내가 나임을 증명해줄 증인을 찾기 시작한 페르, 트롤의 왕을 만나고 그 뒤에 솔베이지가 등장하고, 페르가 스스로 옷을 벗고 주물국자 안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장면까지 이 연결은 표현이 굉장히 좋았다. 앞에서부터 좋았지만 특히 그 장면의 기타와 실로폰, 핸드벨로 연주하는 배경음악과 솔베이지의 절규와 페르의 움직임들. 배우들과 무대 표현, 음악 모두 한데 어우러져 굉장히 인상 깊고,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그냥 아름답다가 아니라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정도로 정말 아름다웠다. 아직도 솔베이지의 절규 속에 주물국자로 들어가는 페르의 모습이 머리 속에 메아리친다.
솔베이지가 가지고 있는 성모상, 어머니상, 심지어 마지막 주물국자 장면에서 태아의 자세를 취하는 주인공 이런 데서 떠오르는 것들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떤 면에서 이 이야기는 페르를 중심으로, 그의 시점에서 그가 겪는 성공과 실패, 모험담 이런 것들이라면 솔베이지야 말로 그가 바라는 이상이라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솔베이지를 하나의 인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페르가 바라보는 시선에서의 모습으로 받아들인다면. 그런 방향으론 이해할 수 있었다. 페르의 1인칭 시점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라면 그런 것도 당연한 것일지도.
장소가 LG아트센터이기 때문에 가능한 장면도 많았고, 소리도 그렇고. 그런 면에선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 하지만, 전체적인 이미지들은 굉장히 즐거웠고, 좋았는데 비해 전체적인 이야기의 깊이 면에선 좀 아쉬웠다.
# by | 2009/05/19 12:58 | - 공연즐기다 | 트랙백 | 핑백(1) | 덧글(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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