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

 
타워
배명훈 지음/오멜라스(웅진)
출간일 : 2009-06-05| ISBN(13) : 9788901096438
반양장본| 280쪽| 210*145mm


674층 인구 50만의 고층빌딩이자 빌딩 자체가 주권국가인 빈스토크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단편 연작. 처음 이 소개 글을 봤을 때만해도 SF인 줄 알았다. 사람들이 빌딩 안에서 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 미래의 환경. 바이러스 때문에 탑 안에서만 생활 가능한 미래를 그린 일본소설 블루타워나 역시 환경오염과 이런 저런 이유로 이동 도시 안에서만 생활하는 강각의 레기오스등이 있기 때문인 것도. 그런 연상 때문에 좀 익숙한 느낌이 있어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읽어보니 이 책의 배경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사회다. 알 수 없는 미래로 보내지 않았기 때문에 좀더 구체적이 되고, 소소하게 아기자기하다. 같은 시대는 그래도 된다. 왜 몇백 년 후로 가 있는지를 설명할 필요가 없으니까. 거기에 지금이기 때문에 우리가 겪는 생활과 책 안에서의 사건들의 관계가 아주 가깝다. 가장 큰 차이는 그런 미래의 설정일 때의 빌딩 도시는 나갈 수 없는 폐쇄된 공간인 거고, 빈스토크는 주변국과 버스 한 번, 택시 한 번으로 갈 수 있는 정말 우리 옆의 건물인 거다.

단편은 모두 6편인데 첫 번째 이야기인 동원 박사 세 사람 : 개를 포함한 경우는 시작도 유머도 좋았지만, 아래 소개 글 이미지에 너무 지배 되어 무언가 추리 소설 같이 풀어갈 줄 알았던 거지.

"35년산 술병에 전자 태그를 붙인다. 그 술병을 상류사회에 유통시킨 후 이동 경로를 추적하면 자연스레 권력 분포 지도가 그려진다. 이 같은 가설 아래 초고층 타워 도시국가 빈스토크 내 미세권력 연구소는 실험을 시작한다. 연구 의뢰자는 현 빈스토크 시장의 재선을 막으려는 야당 선거사무소. 정 교수와 박사 세 사람은 3차원 권력지도를 그리며 돌고 돌던 술 가운데 5병이 영화배우 P에게 전해진 후 이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P의 정체가 네 발로 걷는 개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연구는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본의 아니게 가지게 되는 기대 방향과 자꾸 다른 쪽으로 가서, 더군다나 다른 쪽으로 완전히 갔다는 걸 납득하기 전에 이야기가 끝나버려서 좀 허망했다. 제대로 유머를 즐기지 못한 느낌. 그리고 이 책 안의 단편들 중에 결말이 가장 인상이 약하기도 하고. 결말보다는 시작과 결말 전까지의 위트가 더 좋고, 재밌던 이야기다.

두 번째 자연예찬은 뭐랄까 초 중반은 그냥 그렇게, 좀 지루하기도 하고 그렇게 넘어갔는데 마지막 엔딩에 좀 찡했단 거지. 결말이 참 좋았다. 특히 그 광고 글 한 문장.

세 번째 타클라마칸 배달 사고가 가장 좋았다. 이건 아주 많이 좋았는데, 또 여기서 얘기할 수 밖에 없는 게... 어디선가 본 한 줄 소개 글. 개인이 작성한 글이 아니라 출판사 소개 글인지 홍보 글인지 뭐 그런 거였다. 그런데 그 한 줄이 시작도, 줄거리도 아니라 엔딩이었던 거다. 시작도 아니고 결말! 너무해! 나에게 감동이 주어질 순간을 김빠지게 보내 버리게 하다니! 그래도 파란 우체통 시스템 설명도 너무 좋았고, 비록 조금 김은 빠졌지만 결말도 좋았다. 우리가 이렇게 인터넷을 글을 적고 있는 나와, 이런 글을 읽고 있는 당신과 인터넷 세상을 떠돌고 있는 우리 모두가 하는 일이 그런 영향을 미칠 수도, 좋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건, 왠지 큰 위안이다.

네 번째 엘리베이터 기동연습
여기서는 좀 지쳤다. 가난한 사람은 벽을 넘어 들어오는 온기만으로도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표현이 아주 좋았는데 중 후반부엔 좀 지쳐서 이런 상태로 계속 읽는 건 좋지 않을 거 같아 여기서 끊었다.

그리고 다음날인 어제. 나머지 단 편 두 개를 마저 읽었다.

광장의 아미타불
그냥 불쌍하고 가슴 아팠다고. 하지만 코끼리 이야기가 너무 임팩트가 강해서 앞뒤에 붙는 편지 글의 주인공들이 거추장스러웠다.

사리아에 부합하는
모두가 짜고 하는,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순수한 마음의 작은 의견이 모두의 의견으로 마자 떨어지는 장면의 쾌감이 참 좋았다.

전체적으로 아주 즐거운 독서였다. 같은 배경으로 좀더 많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리고 나오기를 바라는 바람.

by 191970 | 2009/06/25 10:18 | - 책을읽다 | 트랙백 | 핑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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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06/25 11:1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191970 at 2009/06/25 18:43
아. 왜 닉이 익숙한가 했더니 엊그제 리퍼러를 따라 다녀왔던 블로그군요. 근데, 왜 블로그는 바꾸셨나요?
Commented by 알모따심 at 2009/06/25 20:40
이거 링추해놓고, 인사 안하고 있었던걸 들켰네요.^^ 블로그는... 그냥 가볍게 놀 곳을 만들어보려고 바꿔봤어요.
Commented by 191970 at 2009/06/26 09:42
그래서 몰래 나쁜 짓 하면 안되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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