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 LG아트센터관람일시 : 2010/09/17 20:00
이지명 빌리 / 김범준 마이클
요즘 칭찬이 자자한 빌리 엘리어트를 보고 왔다. 왜 이리 소문이 좋은 지 알만 하겠더라. 이건 거의 아동학대 수준. 웬만한 성인 배우도 제대로 소화하기 어려울 거 같이 분량도 많고, 난이도도 높다. 이걸 10~13세 소년들이 소화해내는데 어떻게 박수를 안칠 수 있을까.
사실, 가기 전엔 걱정이 많았다. 빌리 엘리어트가 우리나라 무대 올라온단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였다. 그 걱정은. 예전 라이온 킹을 보고, 1막 주인공인 아역 심바에게 엄청 실망하여 그 화려한 무대가 묻힌 기억도 있다 보니 아역이 주인공인 무대에 쉽게 기대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영국이나 호주에서 보고 온 사람들 이야기에 따르자면 그렇게 좋다던데, 우리나라에서도 좋은 아역 배우를 제대로 키울 수 있을 것인가. 솔직히 이건 재능의 문제라고 생각진 않는다. 우리나라에도 좋은 재능의 소년들은 많겠지. 하지만 이걸 얼마나 잘 골라내어 오랜 시간 훈련시켜 무대에 올릴 수 있을 것인가. 전반적으로 그런 장기계획을 세우지 않는 우리나라 공연기획사에 대한 불신이 있었다.
이 무대의 소년도 연기나 노래는 역시 성인만큼 안 된다. 아이들 대사 톤은 딱 아이들 대사 톤이다. 노래도 기대 이상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여기까지라면 라이온 킹 때만큼은 아니었지만 별 수 없구나란 마음으로 나왔을 텐데, 그런데 이 무대는 연기나 노래가 아니라 춤이다. 춤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그 춤은 예상보다, 기대보다 좋았다.
발레, 탭댄스를 비롯한 이러저러한 춤 장면이 많이 나온다. 생각보다 발레 외의 춤 비중도 높다. 분노도 실망도 기쁨의 표현도 모두 춤으로 표현된다. 대처 수상 시절 잉글랜드 북부의 광산이 폐쇄 위기를 앞두고 광부들이 벌린 대규모 파업. 그 시대에 광부의 아들이 발레를 꿈꾼다.
안무도 장면도 훌륭해서 가슴을 울린다.
빌리 외에도 극 자체가 아주 힘있다. 특히 약자들이 단합하여 강자에 대항하여 싸우는 광부 파업 이야기는 언제나 가슴이 찡하고. 무엇보다 아버지가 아들을 위해 믿고 있던 바와 동료를 버리고 배신자가 되는 장면은 영화에서도 그렇지만 무대에서도 여전히 가슴이 뭉클하다.
이지명 빌리도 참 괜찮았지만 몇 발레 장면에서 발레를 전공한 다른 캐스팅을 보면 좀 더 강하게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가 들었다.
오디션을 못 보게 되면서 분노를 터뜨리는 장면에서도 조금 에너지가 부족하단 느낌이었는데 이것도 배우마다 다른 지 좀 확인하고 싶고, 무엇보다 이 무대를 다시 보고 싶어 재관람을 하게 될 거 같다. 사실, 몇 번이고 더 보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지만 일단은 연극 올림픽에 예매해둔 연극 4편도 봐야하고, 다음 달까지인 서편제도 봐야 해서 빌리를 다시 만나는 건 조금 미뤄둬야겠다.
+
1. 같은 작가 작품인 연극 광부 화가들이 좀 많이 생각났다.
2. 생각해보니 감동받은 노래 없이 감동받은 뮤지컬 무대는 처음이다.
3. 내 공연관람 생활 처음의 최악의 무매너 관객을 만났다. 이 얘기는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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