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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언제, 어딘가에
나를 위한 황금 시대가,
르네상스가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어딘가에 존재하는
나의 시대가,
단 한 장의 티켓,
단 하나의 비자,
단 한장의 일기장 너머 어딘가에 있다고, 언제, 어디가 될지는 모른다.

누가 그런 것을
알 수 있겠는가?
어제 내렸던 비는
모두 어디에 있는 것일까?
보이지 않는 도시 속에?
나의 내부에?
우주 공간은 차갑고 조용하며, 지평선은 무한에 가깝다.


[감상] 뮤지컬 남한산성 - 공연즐기다


뮤지컬 남한산성

오달제 김수용 / 정명수 최재림 / 남씨 임강희 / 난생 박혜나 / 인조 고재근 / 최명길 김응수 / 김상헌 손광업 / 홍타이지 조순창

2010/10/11 19:30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주화를 주장하는 최명길을 죽이겠다고 다른 유생들과 함께 올라온 오달제와 관노 출신에 조선을 미워해 청나라 관인-통역이 된 정명수는 무대에서 이야기 진행이 전쟁과 함께 진행되고, 주전파와 척화파의 대립이 있고, 전쟁이 끝나고 식으로 시류대로 가다보니 자신들의 이야기를 펼쳐놓지 못하고 살짝 맛보기만 보여주는 느낌이다. 오달제의 아내나, 난생도 마찬가지. 제법 노래도 장면도 많은 데도 특별히 와닿지 않는다. 특히 오달제는 그냥 시시때때 나타나 항의만 하고 있다. 그래서 마지막에 가서야 주인공이구나 싶어졌다. 인물 설명은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다 짐작은 가고 자세한 설명을 원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인물의 감정에 동조를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극에 실제진행에 영향을 미치는 갈등이 되지 못 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전반적으로 그렇게 개인의 이야기가 없다. 그렇다고 시대의 이야기를 진중히 보여주는 작품이냐 이것도 좀 미묘하고. 주전파와 주화파의 대립이나 인조의 고민이나, 광대의 입을 빌어 말하는 왕에 대한 비판이나, 피난 장면이나, 백성을 위해 백성을 죽이네라고 노래하는 예판의 그 장면이나 보여주는 것은 많은데 의외로 얼마나 처참한 상황이었던가, 얼마나 힘들었던지, 얼마나 비극적인지 별로 느껴지진 않는다.

좀 더 개인의 갈등과 비극과 의기와 열혈에 집중해서 관객들의 그들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었다면 어떨까란 아쉬움이 들었다. 근데 그럼 이런 대극장 무대가 되지 않으려나?

그럼에도 공연은 멋졌다. 오랜만에 대극장에 어울리는 세트로 단장한 대극장 무대를 봐서 기분이 좋았고, 그게 창작극이어서 더 의미 있었다. 특히 청나라 황제가 나오는 장면은 청나라 군인들도 그렇고 허공에 매달은 말도 그렇고 멋졌는데 그 매달은 말은 너무 자주 나온다 싶기도 했다. 청나라 황제가 하늘에 매달린 말 타고 노래하는 장면은 조금 오버처럼 보이기도 했고. 그냥 쳐다보고 있는 게 불안 불안했다.

청나라 군사 오빠들 멋지다.

남자의 자격에 나온 최재림씨는 처음엔 TV에서 보고 호감을 가졌으나 나이와 경력을 보고는 말하는 게 좀 건방지게 느껴져서 얼마나 잘하나 이런 마음이 있었는데 잘하더라. 잘하네! 왜 이런 배우가 이제 눈에 띄었지? 근데 턱이 좀 나왔다 생각하긴 했지만 분장하고 무대에서 보니 턱만 보인다. 이런. 특히 조명이 밑에서 올라올 때는 정말 턱만……. 이럴 수가!

성기윤씨 인조가 궁금하다. 이날 나온 고재근씨 인조는 너무 연약하다. 그래서 가끔씩 좋은 말 할 때도 다 비겁한 자의 변명처럼 들린다.

마지막 장면이 굉장히 아름다웠는데, 그 장면이 전쟁 후 희망을 이야기한다는 건 알겠지만 그런 굴욕적이고, 비극적인 항복 후라서 그 대비가 감정적으로 크게 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남은 고난이 얼마나 크고 한참인데 이렇게 행복해 하나란 생각도 든다.

주화파 수장을 맡으신 이조판서 최명길 역의 김응수씨는 TV에서 많이 본 익숙한 분이신데 노래가 너무 너무 너무 안 되셔서 정말 가슴 아팠다. 더군다나 솔로곡이 나오는 장면은 정말 비장해야 하는데 비장은커녕 불안한 음정에 마음만 조마조마한데다 가사도 안 들렸다. 이럼 안 되는 거잖아. 그리고 주화파, 주전파의 두 수장이 노래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장면. 정말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주전파의 김상헌 역의 손광업씨 너무 오랜만에 무대에서 봐서 반갑고 역도 좋았다. 중간에 살짝 코믹한 모습 보여주실 때도 역시 잘 어울리시고, 더 웃겨야 할 거 같은 느낌이 살짝.

정명수인지 오달제인지 잘 기억나지 않은데 솔로곡 할 때 무용수가 한 명 나와 춤추는 장면은 노트르담 드 빠리 장면이 너무 연상됐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오달제와 상관없이 흐르지만 마지막에 주화파의 수장인 최명길에 목을 베러 가서 최명길이 자신의 할 일은 끝났다라고 할 때, 최명길의 주장한 청과의 화친도 사실 나라를 위하는 방법 중 하나라는 것, 그래서 자신의 할 일은 끝났으니 목을 베도 괜찮다고 할 때와 그 뒤에 오달제에게 남은 할 일이 있다. 청에서 주전파의 수장을 원한다고 대놓고 희생을 요구하고, 그걸 받아들이는 오달제를 보며 가슴이 뻐근했다. 국가를 위한 희생이 옳다고, 필요하다고 딱히 믿지 않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자신이 믿는 대의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것은 언제나 감동적이긴 하다.

성남 쪽에서 투자한 공연이라 성남아트센터에서 최고석이 7만원밖에 안 했는데 그냥 대극장 공연비 다 내도 아깝지 않은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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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레이 2010/10/12 19:03 # 답글

    아~ 보러 가신대서 후기가 궁금했었어요. ^^ 김응수씨는...제가 본날만 노래를 그렇게 부른게 확실히 아니었군요. 전 정말 캐스팅에 의구심을 가졌더라는;;; 남한산성은 작년엔 주인공이 오달제로 포커스 되어 있었는데 올해는 주인공인 없는 공연이 되었더라구요. 좋게 말하면 모두가 주인공? 그래도 성남만 아니었음 몇번 더 보러 갔을텐데 장소가 아쉽습니다.T_T
  • 191970 2010/10/13 11:29 #

    김응수씨는 그냥.. ㅠㅠ 근데 남한산성 예전에는 오달제 주인공으로 돌아갔나요? 궁금하네요.

    성남이어서 다시 가기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대신 덕분에 대극장 거의 절반 가격에 대극장 공연 볼 수 있다는 건 참 좋았어요.
  • placebo 2010/10/12 21:58 # 답글

    작년 공연에서는 오달제가 주인공인데 정명수가 훨씬 매력적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올해는 넘버도 많이 바뀌고 했다던데 한번쯤 보고 싶네요. 최명길은 작년에 제가 봤던 공연에서는 강신일씨였는데, 연기력은 출중하신데 노래는 ^^; 인 게 그 역의 전통인가봐요.
  • 191970 2010/10/13 11:30 #

    프로그램에 써있는 대로라면 장소영 작곡가가 영입되면서 새로 써진 곡이 1/3? 절반? 이라고.(정확히 뭐라 써있었는 지 기억이 나질 않네요.)

    최명길역은 그렇다면 다음에도??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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