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 더 호라이즌

 
이영도 단편집.

사실 예전 판본으로 이미 읽었던 내용입니다. 오버 더 미스트가 추가되기는 했지만요. 구판에 있던 단편들이 두어 개 빠진 듯도 싶은데 사실 그 단편은 어떤 내용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일단, 오버 더 호라이즌, 오버 더 네뷸러, 오버 더 미스트는 같은 배경 안에서 같은 주인공이 나오는 단편들입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역시 이 단편집의 재미는 이 시리즈 덕분이죠.
단편이지만 여전히 이영도의 재치는 이곳저곳에서 번뜩이고 만담에 가까운 대화들은 매우 즐겁습니다. 등장인물들의 개성도 뚜렷하고요. 하지만, 특유의 난해한 혹은 아무것도 남지 않는 마무리는 여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나 즐겁게 읽던 이야기가 끝을 맺고 나서는 이게 뭐였지 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엔딩자체가 마음에 안든 다는 기보단 그렇게 끝나도록 끌어가는 내용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흥미진진하게 하나 둘 템포를 올리며 전진하다가 최고조의 순간 우뚝 서 버리고 돌아서서 다 끝났어라고 말하는 기분이죠. 정도 차이는 있지만 이영도 소설들에서는 공통적으로 느껴지던 느낌입니다. 최근작 눈물을 마시는 새에서는 그 강도가 좀 더 강했고요.

악기 살해자가 나오는 오버 더 호라이즌도, 도움을 주려는 손길을 깨물어버리는 자기파괴적인 그레이 엘프와 마법사가 나오던 오버 더 네뷸러도, 천사와 저승사자라는 이름의 개와 고양이의 이종교배가 나오던 오버 더 미스트도 모두 재미는 있었지만 다 읽고 나니 아쉽기 그지없습니다.

그 뒤의 핸드레이크와 솔로쳐가 나오는 단편 두 개는 드래곤 라자를 즐겁게 읽었던 독자들이라면 단지 그 고유명사만으로도 뿌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용상으론 이렇다할 게 없긴 하지만요.

이영도 소설의 팬으로서 나름의 소장값어치는 충분한 책인듯합니다.

by 191970 | 2004/03/22 15:45 | - 책을읽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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